[인간군상 별 대응법 #7] 상사 유형 - 똑게

by 아라항

20대 후반부터 60세 정년까지 근 30년 넘는 기간 동안 우리는 회사에서 수많은 상사들과 협업한다. 누구든 상사와의 관계는 매번 어려울 것이며, 상사와 합이 맞지 않을 경우 회사가 지옥으로 변하는 경험을 맛보곤 할 것이다. 이토록 상사는 단순 회사에서 맞닿뜨리는 수많은 인간관계 중에서도 제일 어렵고 힘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상에서 유독 직장동료나 부하직원과의 관계보다 상사와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고민들이 눈에 띈다.


온라인상에서는 대표적으로 상사의 유형을 지능(똑똑하거나 멍청하거나)과 성실함(부지런하거나 게으르거나)을 기준으로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 멍게, 멍부, 똑게, 똑부. 누가 생각해 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하직원 입장에서 상사를 대응함에 있어 더 좋은 접근법은 없는 거 같다.


4가지 유형 중 회사 입장에서는 특히나 ‘멍청한’ 사람 - ‘멍게’나 ‘멍부’를 관리자 급 직책에 앉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상사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 인사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멍청한 사람이 누군가의 상사인 리더 직책을 맡게 두지 않겠지만, 이 세상 그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듯 멍청한 사람이 리더 직책을 맡는 경우는 발생한다. 거기에 더해 요즘처럼 리더를 맡으려 하지 않는 ‘리더포비아’ 현상이 2030 세대에서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리더 직책을 맡아야 되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서, 능력은 없지만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보직장을 맡게 되는 경우는 예전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https://m.news.nate.com/view/20250520n13357


회사 입장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멍게'와 '멍부’는 기피 대상 1순위이다. ‘멍청한’ 사람으로부터는 배울 점이 없기 때문이다. 멍청한 상사를 대상으로 타산지석, 반면교사 삼아 나름의 인생교훈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뭔가를 배울 때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게 정석이기도하고.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두가 리더 되기를 기피하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멍게’나 ‘멍부’ 상사를 만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멍게’와 ‘멍부’ 상사의 대응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제의 상사가 있는 부서를 떠나는 것이다. 만약 새로 배치된 부서에서 멍게나 멍부 상사를 만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해당 부서를 떠나야 한다. 그냥 머릿속에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삭제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4가지 상사 유형 중 ‘회피’가 유일한, 그리고 최선의 대응법인 ‘멍게’와 ‘멍부’를 제외하고 남은 ‘똑게’와 ‘똑부’ 유형이 그 대응법을 깊게 분석하고 생각해 보기에 유의미하다. 이번 글에서는 '똑게'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고 그 대응법을 공유해보려 한다.




‘똑게’의 특징


'똑게'의 대표적인 특징은 본인은 파트원들에게 업무 지시만 하고 그 외 '파트장으로써의 업무'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파트장 업무'는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파트의 성과 및 현황 자료를 만들어 부서장에게 보고

본인 파트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부서장과 원만한 관계 형성

유관부서와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원활한 협업환경 구축

신규 업무 발굴 및 기존 업무 성과 창출을 통한 파트 실적 관리

파트원에게 업무부여, 동기부여 및 고민상담 등의 HR 관리


파트장은 위 5가지 중 한두 개 만을 할 수도 있고, 애초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위에 언급한 파트장으로써 해야 할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한들 회사업무가 마비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특히나 ‘멍게’와 달리 ‘똑게’의 경우, 위기의 상황을 '똑똑한' 머리와 순발력으로 잘 넘어가기 때문에 파트 운영이 안된다거나, 속된 말로 윗 레벨에 찍혀서 파트가 공중분해 되는 등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파트 외부에서 보기에는 해당 파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실상을 들여다보면 파트원들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똑게'가 파트원에 미치는 악영향


극단적으로 '똑게'인 파트장의 게으름의 정도가 지나치다 못해, 위에서 언급한 5가지의 파트장 업무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파트원 입장에서 본인 파트가 타 부서 대비 주목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한다거나, 괄목할 만한 업무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등의 파트 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계속해서 경험하면 더 전도유망한,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파트로 이동을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꾹 참고 열심히 현재 할당받은 업무를 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라고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며 열심히 한 결과 나름의 업무성과를 이루어냈다 해도, 파트장이 게을러서 파트의 성과를 상사에게 어필할 생각이 아예 없다면, 결과적으로 본인 파트에 할당받는 상위고과가 적어지고, 이는 열심히 일한 본인이 기대했던 고과를 받지 못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실제로 파트원 A는 연말 고과면담에서 자신이 기대했던 고과를 받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올해 초 그나마 남아있던 업무의욕을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열심히 했거늘, 그것에 대한 결과가 이것인가. 다음 해부터 파트원 A는 조용히 다른 파트로의 이동을 준비하기로 한다.


파트원 A 말고도 대부분의 파트원들은 같은 이유로 파트장에 실망하여 이직 혹은 다른 부서로의 이동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파트장은 인사팀에서 정해놓은 연중 2번의 파트원 면담만을 수행할 뿐, 파트원들이 현재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등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매일같이 칼퇴를 하며 혼자만의 워라밸을 지키기에 바쁘다.


이 와중에 머리는 똑똑해서 파트원들은 실무 하느라 시간이 없어 미처 준비하지 못하는 영어등급이나 실무 관련 자격은 턱턱 따놓으며 향후 혹시 있을 구조조정, 권고사직에 착실히 대응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는 파트원들은 속에서 천불이 나며 열심히 부서이동에 박차를 가한다.




'똑게'의 장점


똑게 파트장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똑게 파트장 나름의 장점이 존재한다. 특히나 '멍게'와 비교하면 뚜렷하게 나타나는 장점은 똑게의 '똑똑함'이다. 파트원들에게 업무를 할당하고 지시하는 상사가 멍청하면 잘못된 방향성을 제시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ppt 보고자료를 만들 때면 '멍게'의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멍게) 부사장님 보고 때 사용할 ppt는 파트원 A가 작성해 보는 게 어떨까 하는데. 내일 상무님이 1차 리뷰하고 이번 주 금요일 오후 3시 부사장님 보고니까, 오늘이 월요일이니 내일 초안 작성해서 알려줘.

다음날 파트원 A는 열심히 작성한 ppt 자료를 보여주었다. 멍게 파트장은 만족해하며 해당 버전을 상무님한테 리뷰받으러 갔다. 하지만 상무님에게 좋은 피드백을 예상한 것과 달리, 대대적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질책을 받았다. 상무님은 어떤 내용이 강조되었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었지만, 멍게 파트장이 이를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멍게) 상무님이 수정이 필요하다고 하시네. 워딩을 좀 바꾸고 사진 디자인을 좀 바꿔보는 게 어떨까?

파트원 A는 멍게 파트장의 피드백에 따라 꼬박 하루라는 시간을 써서 수정안을 만들었다. 다음날 멍게 파트장은 상무님에게 리뷰를 받으러 갔지만, 상무님은 '차라리 초안이 낫다'라는 시니컬한 반응이었다.

(멍게) 상무님이 처음 작성한 버전으로 가자고 하시네.

결국 파트원 A는 상무님의 피드백을 정확하게 이해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지시를 내린 멍게 파트장 때문에 쓸데없이 자료를 수정하는데 고생을 한 꼴이 되었다.

그에 반해 똑게는 파트원들을 '똥개훈련' 시키지 않는다. 자신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지언정, 정확한 업무지시를 내림으로써 파트원이 헛고생을 하는 상황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똑게' 파트장은 너무나 게으른 나머지 파트원들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한 파트원들의 업무 관련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이를 안 좋게 보면 파트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임'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다른 각도로 보면 파트원들의 '업무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볼 수 있다.


매 시간마다 "다 했어? 어떻게 돼 가?"라며 업무가 언제 끝나는지 채근하거나, 파트원을 믿지 못하고 "이렇게 하면 안 되지. 내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라며 시시때때로 잔소리를 하는 파트장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잘되던 못되던 일단 자신을 믿고 업무를 완수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상사의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똑게 대응법


파트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든 실무는 파트원들이 다 한다고 흉만 보지 말고, 파트장으로부터 얻을게 뭐가 있는지 알아보자.


'똑게'의 특성상, 파트원이 자진해서 파트장의 업무를 대신한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파트장 체험을 미리 해보는 것은 매우 좋다. 대다수는 관리하는 인력의 숫자가 많던 적던 언젠가는 파트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파트장이 되고 나서야 어떻게 하면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만약 파트장이 되기 전 미리 파트장 역할을 경험해 볼 수 있다면, 추후 파트장 직을 원만하게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리자로써의 능력을 인정받아 파트장을 넘어 보직장, 더 나아가 임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비무환의 자세는 언제나 옳다.


자신이 파트장 업무를 함에 있어서 실수를 하거나 혹여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까 봐 걱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던 이는 모두 자신에게 파트장 업무를 맡긴 똑게 파트장의 책임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업무를 함에 있어 파트원의 도움 요청을 외면할 상사는 없을 것이다. 똑게는 정확하고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언제든지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최대한 똑게의 업무 전문성과 회사생활 노하우를 습득하도록 하자.




멍게/멍부/똑게/똑부 - 4가지 상사 유형 중 '똑게'가 제일 낫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반화는 금물이다.


똑게의 '게으름'의 정도가 너무 심하면 파트원에게 업무를 미루거나, 파트원이 물어봄에도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지 않는 등 위에서 언급한 똑게의 장점을 찾기가 어렵다. 똑부의 '부지런함'의 정도가 너무 과하면 파트원의 업무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모든 실무까지 파트장 본인이 처리하며 파트원 입장에서는 업무수행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뺏길 수 있다.


따라서, 파트장을 4가지 상사유형으로 분류함을 넘어 파트장 개인의 특성까지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대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똑부'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Chapter. 인간군상 별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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