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라는 덕담을 뒤로하고 다시 퇴사한 날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퇴사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뭘까? 물론 여기에는 정답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같이 퇴사한 지 조금 된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답이 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퇴사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각해 보기와 계획짜기가 아닐까 한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퇴사 전에 이미 수많은 고민을 했으며 퇴사 후 계획은 이미 전부 짜 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랬으리라 믿는다. 그럼 왜 나는 이 생각하기와 계획짜기를 퇴사 후 다시 하기를 권할까?
정확하게 얘기하면 저 두 가지를 퇴사한 다음날 당장 하라는 말은 아니다. 퇴사하고 적어도 일주일은 지내본 뒤 하기를 권한다. 길어도 3주는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퇴사 전에 생각한 나와 퇴사 후 실제 내가 말이다. 퇴사 전에 생각한 나는 아주 성실하고 올발랐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딱딱 일어나고 그날그날 정해진 해야 하는 것들을 수행하는 나.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랬다. 퇴사하면 열심히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퇴사가 사람을 바꿔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사는 사람을 바꿔주지 않는다. 직장 다닐 때에는 의무와 책임감으로라도 무언갈 해냈지만 퇴사하는 순간 그런 것들이 다 사라진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런 건 말 그대로 '저버리기 쉬운' 의무와 책임일 뿐이다. 핑계가 참 좋다.
'이제 며칠 지나지도 않았잖아 그동안 고생했으니 조금 쉬엄쉬엄해도 돼'
'어차피 시간 많은데 조금 이따 하지 뭐'
이 두 가지가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퇴사 후에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퇴사하고 내가 하려고 했던 일들을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지난 뒤에 가지는 점검의 시간이 그리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효과적이다. 계획의 대부분을 못 지켰을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아니 이 짧은 시간도 못 지켰다고?'
당연히 잘 지킨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축하한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권하는 이 두 가지를 할 때 짧게나마 여행을 가는 것도 추천한다. 정확히는 여행을 추천한다기보다는 늘 있던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하기를 권한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힘으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는 퇴사 후 며칠만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 퇴사 전부터 해서 지금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이를 다시 앞으로의 미래에 반영해 이후를 그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짜두었던 계획을 같이 수정해 보자. 조금은 현실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보길 바란다. 전에는 단순히 책 읽기였다면 최소한 어떤 종류의 책을 읽을 것인지 그리고 왜 그런 종류의 책을 읽으려고 하는지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적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한 달에서 두 달에 한 번씩은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을 권한다. 그렇다고 그럴 때마다 여행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냥 전에 안 가본 카페 정도만 가도 충분할 것이다.
가장 먼저 해봤으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퇴사 후 전반에 걸쳐서 해보면 좋은 일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