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 물어요?

No thank you

by 윤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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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smallanimalclinic.com/services/dogs/breeds/shetland-sheepdog)




"이 개, 물어요?"

"네, 물어요."


길을 지나는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 랄프의 외모가 눈에 띄면 누구의 양해도 없이 랄프를 쓰다듬을 준비를 하고 가까이 돌진하는 일이 잦다. 처음엔 주인의 양해도 없이 막무가내로 쓰다듬거나 만져도 남의 반려견을 예뻐해 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엄마와 누나들은 신호등 앞에서도 강변 산책 중에도 낯선 사람들과 랄프의 상호작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곤 했다.


애칭 '셀티'로 불리는 'Shetland Sheepdog'은 콜리, 소형 스패니얼, 빠삐용, 포메라니안 등의 교배종으로 외모가 콜리와 닮아 보여서 '미니 콜리'로도 불린다. 거친 들판에서 목양견(양치기 개)으로 활약한 셸티는 대체로 온순하고 쾌활하며 복종적이어서 교육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견종이다.

(인용: 100.daum.net/encyclopedia).


셀티는 귓속이 깊어서 귓병을 앓기 쉬우며, 관절염을 앓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짖음이 잦고 윤기 나는 긴 털의 날림이 심한 점은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경우에 특별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매일 털갈이하듯 빠지는 털은 난감하지만, 사실 사람도 매일 빠지는 머리털이 굉장하지 않은가?

반려인이 셀티의 털 빠짐에 대해 대범할 수만 있다면, 셀티인 랄프는 참으로 온순하고 잘생긴 외모로 사람을 잘 따르는 괜찮은 반려견이다. 거기에 영특하여 소통방법이 다양하니 큰누나네는 온 가족이 랄프에 푹 빠져있다.


자신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사람을 피해서 랄프가 엄마나 누나의 다리 뒤로 몸을 숨기는 수줍음을 표현할 때도 있지만, 셀티 랄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누나네 집에 놀러 오는 친척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여도 입질이 전혀 없이 무던하게 참아내주는 성격 좋은 반려견이다. 정 귀찮으면 엄마나 누나들 뒤로 몸을 숨겨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곤 한다.


어쩌다 어른과 함께 방문한 친척 아이들에게 못 만지게 할 수가 없어서 허용하면서도 사실 가족모임이 있는 날에는 음식 준비와 손님 접대에 온 가족이 동원되느라 랄프에만 눈길을 줄 수가 없어서 랄프가 고단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누나들이 가끔은 랄프를 안방으로 피신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을 좋아하는 랄프가 금세 다시 밖으로 나와서 수선스러움에 동참하겠다고 낑낑거려서 안방 피신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피난방법이 되지 못한다.


요즘은 개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널리 퍼지고 있어서 개 관리 및 개와 사람의 유대관계 (Human-Animal Bond, HAB) 형성 및 상호작용 (Human-Animal Interaction, HAI)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널리 퍼지는 중이라 다행이다. 어쨌건 길을 지나는 중에 반려인과 산책하는 개를 보고 그 자그마한 발로 졸졸 따라 걷는 모습이 귀여워서 반가움을 표시한 사람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려인의 새초롬한 답변에 섭섭했을 수도 있겠다.


이왕이면 '상냥하게' 개 만짐을 거절하면 좋았을 것을...

건조하게 말문을 열어 거절한 날은 산책을 끝낸 후에도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다. 그럴 때 엄마는


"우린 유머가 부족한 게 치명적인 결함이야..."


한다.



아주 낯선 사람에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눈인사뿐만 아니라


"Morning!", "Hello~!"


로 서먹함을 깨고 편안하게 해 주던 오스트레일리아 거주 시절의 인사문화를 떠올리면서 엄마는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태생을 탓한다.


그렇지만 낯선 사람에게 오지랖 넓게 말을 건네지 않고, 아는 사람끼리 주로 인사를 건네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유머의 부족 탓보다는 사람들이 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엄마와 큰누나는 대학원에서 동물매개 심리치료를 연구하면서야 알게 되었다.


입장을 살짝 바꿔서, 낯선 사람의 난데없는 손길에 대한 개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남의 개에 대해 별안간 생기는 사랑의 감정은, 어렵겠지만, 잠시 그대들의 마음속에 담아둘 일이다. 무엇보다도 돌발사고의 예방을 위해서이다.


귀엽기 그지없는 하얀 털의 3kg 몸무게의 말티스나 요크셔테리어와 같은 소형견이 아니고, 만일 10kg 체중의 웰시코기나 40kg에 육박하는 골든 레트리버가 지나가는 그대의 아기를 귀엽다며 별안간 다가와서, 침이 듬뿍 묻은 기다란 혀로 아기 볼이나 이마를 핥거나, 아기들의 뒤통수나 궁둥이를 힘센 꼬리로 쓰다듬으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우리 반려견들의 입장도 다를 바 없다.


개가 타고난 성격에 따라 수용하는 태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호교감 없이 발생하곤 하는 낯선 사람들의 지나가는 반려견 '만짐'은 반려견 입장에서는 "No, thank you! "이다.


개와 대화를 시도하고 싶을 땐 먼저 반려인에게 양해를 얻은 후 개에게서 조금 떨어져 거리를 유지하며 먼저 개가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자세를 낮출 일이다. 다음에 개와 눈빛을 교환하며 유대감 형성을 한 뒤에 개의 발에 악수를 청하거나, 등을 쓰다듬는 등의 절차를 지켜서 상호교감을 시도하면 반려견도 반려인도 행복이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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