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우렁각시 07화

생각의 결이 다른 사람들의 동거

난감하네

by 윤혜경

*연꽃(꽃말 : 청결, 순결)


누나네 가족은 '오늘 함께 행복하기'가 제일 중요하다.


늦어도 괜찮아,

일어설 수 있을 때 일어서면 되니까 천천히, 천천히.

늦어도 정말 괜찮아!

서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오늘 우리 행복하기....


엄마나 큰누나가 부엌 설거지를 끝내고 들어가면, 아빠는 조용히 나와서 부엌을 정리해준다. 마른행주로 물방울 등을 닦아낸 후 수납장의 제자리에 그릇들을 넣어준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에 나가보면 간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간 것처럼 부엌이 정갈하다.


그런데도 부엌에 두 사람이 들어가면 생각이 달라서 시끄러워진다. 불편한 목소리가 열어둔 부엌 창문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문제는 정리 스타일의 차이에 있다.


엄마는 마른 타월을 깔고 그 위에 그릇들을 엎어놓았다가 건조된 후 옮겨놓는다. 요즘 건강이 회복되는 중인 큰누나는 집안일을 거들며 움직이는 동선을 늘리는 중이다. 설거지는 뜨거운 물로 뽀드득하게 씻어내는, 한깔끔하는 스타일이다.


큰누나는 저장 용기 뚜껑의 고무바킹에 음식물이 묻거나 끼인 게 보이면 즉시 분해해서 칫솔로 깔끔하게 닦는다. 그리고 건조대 선반 위에 고무바킹과 뚜껑, 몸체를 분리한 채 엎어놓아 자연 건조 후 제자리에 넣는다.


물건 찾는 데에는 당최 소질이 없는 아빠는 분리된 저장용기들 뚜껑들을 보는 순간 심신이 완전히 불편해진다. 별안간 울화가 몽글몽글 치밀어오르는 때도 있다. 당장 모두 조립해서 수납장에 넣는 스타일의 남자에게 비슷비슷한 크기와 모양을 한 반찬 용기들의 몸통과 뚜껑과 고무바킹을 짝 맞추는 일은 1,000개 퍼즐조각 맞추기에 버금가게 아득하다.


정말

'난감하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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