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아빠는 딱 할머니의 설거지 스타일이다. 아빠의 엄마인, 돌아가신 할머니는 마른 행주질로 그릇의 물기를 제거하시는 것으로 설거지가 끝난다. 이후에 마른행주질이 끝난 그릇들을 수납장에 즉시 넣는다.
할머니의 면 행주는 늘 새하얗고 정갈했다. 엄마도 할머니 조언대로 비누 가루를 넣고 여러 번 삶고 락스에 담가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흰색이 탈색되어 더 누레졌다. 뽀오얀 흰색 행주의 깨끗한 색깔 유지는 구매 후 2주일쯤? 이 한계이다. 하이얀 행주 만들기에 번번이 실패한 엄마는 이제 아예 꽃무늬가 박힌 예쁜 색상의 행주를 구입한다.
엄마 친구들이 1회용 행주의 편리함을 알려주었지만 환경보전을 위한 작은 동참으로 1회용 물품이나 물티슈 사용 자제를 실천중인 엄마는 여전히 헝겊 행주 애호가이다.
누나 아빠는 부엌에 식기나 저장 용기가 나와 돌아다니는 것을 아주아주 싫어한다. 문제는 서랍에 나란히 진열된 마른행주를 새로 꺼내지 않고 이미 젖어있는 행주를 계속 세탁하며 연속 사용하는 거다.
심지어 젖은 행주를 물비누로 잘 씻어서 물기를 힘껏 짜 낸 후, 언론에서 알려준 대로 레인지에 3분 돌려서 소독(?)을 하고, 마를 시간도 없이 설거지가 끝난 그릇의 물기를 닦곤 한다.
약 부작용으로 메스꺼움과 울렁거림을 견디고 있는 큰누나는 아빠가 정리해 둔 물 컵에서 비릿한 어항 냄새를 맡았다. 엄마도... 그리고 엄마는 아빠에게 물행주 사용의 문제점 해결책을 이렇게 제안했다.
'레인지에 3분을 돌리거나 금방 세제로 삶았더라도 젖은 행주는 반드시 건조하기. 그리고 서랍 속에 정리된 새 행주를 꺼내서 사용하기'
문제는 지적을 받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 대신 서열에 강한 대한민국의 남자는 잘 안 바뀐다는 데에 있다.
그릇 행주질 스타일로도 다소 간의 불편함을 몇 차례 교환했다. 아빠는 누나가 흘림방지 고무 등의 부품을 분리해서 설거지를 하면 서로 짝을 찾기가 어렵다고 불평을 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물건만 보는 남자니까...
가끔이긴 하지만, 큰누나는 아빠의 식기 건조방법으로 인한 컵 안의 비릿한 어항 냄새에 대해 엄마 귀에 대고 구시렁거렸다. 큰누나는 엄마랑 그 점에서는 한편인 셈이다. 스타일이 거의 같으므로.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세 사람은 '부엌에는 한 사람만 있는 것이 평화유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그렇게 상대방의 스타일은 목격하지 않는 대신, 평화롭게 자신만의 방법을 선택하기로... 그리고 이후 큰누나와 엄마는 고마운 우렁각시에게 지적질 대신 스스로 물 컵은 다시 헹궈서 사용한다.
(출처: Daum)
사실 하이얀 말티스 강아지인 나 '수리'는 양쪽 모두 이해불가이다. 왜 아빠는 누나와 엄마의 건전한 제안을 안 듣는 건지? 그렇다고 강아지들의 노즈워크(nosework)* 처럼 물 컵에 코를 대어 킁킁 냄새를 맡는 큰누나와 엄마의 저 매너는 또 뭔지?
*노즈 워크(nosework): 종이컵이나 노즈워크 패드에 여기저기 잘 숨겨둔 먹이를 코로 냄새 맡으며 찾아내는 개의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