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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초등학교 선생님 안 할래요
14화
아이들은 달라져요
아직 선생님을 하는 이유
by
유울
Sep 22. 2023
자식을 낳아보지 않아서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사랑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리 부모님께서 표현에 적극적인 분들은 아니셔서 부모의 자식 사랑은 그냥 대략적으로 지레짐작해 볼 뿐이다.
그런데 교사가 되어 일 년 간 많은 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이게 사랑인가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학년이 어릴수록 교사는 학생들을 챙겨줄 것이 더 많아진다.
고학년은
교사가 설명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고 그대로 행동하지만, 저학년은 설명한 걸 또 하고, 또 하고, 또 해야 한다.
사소하게는 물병을 따는 일부터 크게는 대소변에 관한 일까지, 학생들이 학교에 있다면 모두 교사의 몫이 된다.
나는 짧은 연차에 비해 학년을 고루 경험한 편이다.
가르칠 내용도 풍부하고 초등학교에서 가장 초등학생다운 면모를 많이 보여줘서 최고로 인기 있는 학년인 4학년.
가르치는 내용도 재밌고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해 1학년보다 손이 덜 가는 2학년.
교과 시수가 많지만 학교를 오래 다녀서 학교 시스템을 모두 이해하고 있고 대화도 통하는 6학년.
내가 2학년을 맡았을 때였다.
왜소하고 감정이 예민한 학생이 있었다.
소근육 발달이 덜 되어 글쓰기, 색칠하기,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였다.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공개 수업 중이든, 체험학습 중이든 울어버리는 아이였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고 채소도 안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느 날은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데, 문제마다 아쉽게 한 글자씩 틀렸다.
집에서 엄마와 열심히 공부를 했고, 아침 활동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많이 틀려서 속상해하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아쉽게 한 글자씩 틀렸다는 것은 조금만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학생을 불러서 맞은 글자들에 각각 동그라미 표시를 해줬다.
“이것 봐~ 맞은 글자가 이렇게나 많아. 조금씩만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그 학생은 금세 미소 짓고 뿌듯해했다.
그 학생은 앞서 말했듯 또래보다 왜소해서 부모님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밥도 엄청 천천히 오랫동안 먹는데, 먹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을 정도로 조금 먹었다.
나는 내 밥을 10분 만에 순삭하고 그 학생 옆에 앉아 밥을 먹는 것을 도와줬다.
초등학생 때부터는 식사를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학생이 먹는 즐거움을 느끼고 건강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한 행동이었다.
요즘엔 억지로 밥을 먹이면 아동학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먹으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옆에 앉아서 음식의 맛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이 먹어보니 맛있더라, 그건 고소한 맛이어서 과자 같더라, 이건 조금 맵긴 한데 너무 맵다면 국물에 씻어서 먹어보자, 이건 네가 좋아할 것 같은 맛이더라.
이렇게 옆에서 먹는 걸 도와줘도 이 학생은 매일 꼴찌로 교실에 올라갔다. 물론 나와 함께.
그런데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니, 2학기부터는 서서히 달라지는 게 눈에 띄었다.
내가 그 학생의 옆에 앉기도 전에 밥을 많이 먹은 상태인 날들도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매우면 국물에 씻어서
먹기도 하고.
이제 3학년이 된 그 학생은 이제 누가 옆에 있지 않아도 잘 먹는다.
아직은 왜소한 체격이지만 작년에 비하면 키도 많이 컸다.
가끔 오늘 밥은 잘 먹었냐고 물어보면, 매운 것도 후루룩 먹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는 한다.
'나도 그런 네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
아이들은 변한다. 분명히 달라진다.
물론 변하는 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엄청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공 들여야 한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찾아온다.
하지만 주변에서 어떤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붉은색도 될 수 있고, 푸른색, 하늘색이 될 수도 있다.
난 그렇게 변화하려 애쓰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돕는 일이 보람되고 좋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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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좋아하는,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20대 초등교사. 교사로서, 인간으로서의 내 찰나의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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