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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훈 Feb 22. 2024

기쁨과 공허함: 그림책 출간과 그 후

에필로그

  

  2022년 8월부터 시작된 그림책의 수정작업. 본업이 있었지만 그림책 출간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아침, 밤, 주말 동안 수정작업을 반복하였다. 과정에서 열심히 만든 페이지가 엎어지기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거리도 있었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느덧 시간은 흘러 2023년이 되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지난 후 3월. 드디어 세상에 그림책을 선보이게 되었다.




  뒤늦게 찾아온 공허함


  표지작업과 온라인서점 굿즈 제작 등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예약판매를 시작한다는 출판사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림책작가를 떠올렸을 때 처음 느꼈던 설렘, 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 끝없는 수정 작업에서 느낀 힘듦 등 오만가지 생각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내 이름으로 내가 만든 그림책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 결실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알라딘에 내 책이 등록된 순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여러 감정 중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공허함이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최대한 수정 작업을 하며 그림책의 장면과 구도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였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후 작품이 내 손을 떠난 순간,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허전함이 너무나도 컸다. 원래 작업을 할 때에는 최종 목표인 출간을 머릿속에 그리는데, 막상 출간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얼마나 공허하던지.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매일을 함께 하던 존재가 사라졌기 때문에 출간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 감이 잡히질 않았다. 나는 선천적으로 불안과 강박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푹 쉬기만 하면 되는데, 쉬어도 쉬는 게 아닌 것 같은 기분. 무언가를 계속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이런 감정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다른 그림책작가라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만, 나는 전혀 그런 인맥이 없었기에 오롯이 혼자서 공허함을 견뎌내고 있었다.


  지나고 보면 그림책도 작가의 자식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더욱이 <빨리빨리 레스토랑의 비밀>은 내가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누군가에게 처음이라는 것은 특별할 수밖에 없기에, 이 책에 대해 공허함과 애틋함 등 여러 감정이 오고 가는 듯하다.




  빨리빨리 레스토랑의 비밀


  드디어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하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였고,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축하와 함께 그림책 구매 인증을 남겨주었다. 나도 실물을 처음으로 보게 되자 감격스러웠다. 출판사에서 인쇄감리를 잘해주셔서 그런지 반들반들한 종이의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이 순간만큼은 공허함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감동과 감격 그 자체였다.


  종종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내 그림책이 진열되어 있나 구경하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매일 온라인 서점 어플을 통해 판매지수를 보며 흐뭇함에 하루를 보냈다. 인스타그램에 홍보도 하고, 인플루언서 분들에게 책과 편지를 선물로 보냈다. 도서관에 방문하여 내 책을 기증하기도 했다.


(서점에서 내 책을 발견하는 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이렇게 보면 그림책 출간 후 내 책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해본 것 같다. 그림책작가로서 한걸음 다가갔기에, 작가로서 내가 펼칠 수 있는 것들을 직접 해보고 싶었다. 그림책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으나, 주변 지인들의 좋은 후기와 함께 꾸준한 판매가 이루어졌다. 몇 년 동안 연락하지 않던 대학 선후배가 연락이 와 자녀들에게 그림책을 선물해 줬다거나, 지인의 지인들에게 열심히 그림책을 선물했다는 후기 등이 들려왔다. 이때 '아, 내가 그래도 삶을 잘 살아왔구나.'라고 느꼈을 정도다.


  내 그림책은 다른 작품들과 견주면 부족한 점이 많다. 약간의 아쉬움도 남긴 하지만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완성된 결실이었기에 이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림책작가로서 더 많은 경험과 경력이 생긴 후 첫 작품을 다시 돌이켜봤을 때, 첫 출간까지의 모든 감정을 새록새록 느끼면서 흐뭇해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차기 작품 준비


  특별한 일이 없이 시간이 점점 흘렀다. 나는 다음 작품에 대해 구상하며 약간의 초조함이 생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차기작품에 대해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출판사에서 내 책 다음으로 나온 그림책들은 연이어 히트를 하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재판을 한다거나, 해외에 판권수출을 하는 등 정말 대단한 업적들이 줄지어졌다. 비교를 하면 안 되지만 <빨리빨리 레스토랑의 비밀>은 대중에게서 점점 묻혀가는 기분이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교를 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최대한 그런 생각을 줄이고 내가 그동안 이뤄온 것들을 바라보기로 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언어치료사였던 내가, 이제는 그림책작가로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비록 강연이나 기타 행사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좋아해 주는 팬이 생겼다.


  우선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자. 먼저 언제든지 그림책 강연을 할 수 있도록 미리 pdf파일을 만들었다. 내 이야기와 작품의 이야기는 틀림없이 아이들에게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소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기작품에 대한 스트레스는 날로 쌓여갔지만, 가을이 지날 때쯤 좋은 기회에 작은 도서관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차기 작품에 대해 스트레스가 없었다. 워낙 다양한 소재와 이야깃거리가 머릿속에 가득 찼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기 작에 대해 출판사와 지속적인 소통을 하면서 장애물이 계속 생겼다. 한 번 작품이 엎어지니 다음 작품에서도 진행이 엎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출판사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였다. 5개 이상의 작품에 대해 구상한 후 내 머리는 완전히 방전되었다.


  결국 출판사와 함께 차기 작품을 진행하기보다, 우선 내가 만들고 싶은 스토리에 대해 혼자서 작업해 보기로 했다. 이미 스토리 구상만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얼른 새롭게 그림 작업을 하고 싶었다. 작품에 대한 고민은 모든 작가가 겪는 창작의 고통일 것이다. 나도 뒤늦게 이 고통을 몸소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보려 한다.




  이렇게 그림책작가로서의 내 스토리가 막을 내렸다. 작문 능력은 부족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림책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작가로서 발돋움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컸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작가를 꿈꿀 것이다. 그림책작가가 된다고 하여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 있다'는 매력 하나만으로도 그림책작가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 글을 통해 예비 그림책작가분들에게 경험담과 방향을 제시할 있었으면 한다. 나 또한 처음의 마음가짐을 간직한 채 그림책작가로서의 영역을 넓혀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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