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로 등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는 각 출판사, 협회에서 주최하는 그림책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방법이다. 아무래도 유명한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이기에, 여기에서 수상작으로 뽑힌다면 이보다 더 좋은 등단 코스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그림책 관련 출판사에 직접 투고하는 방법이다. 출판사의 눈에 들어 함께 작업을 한다면 그림책의 출간 확률이 보다 높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직접 자비로 출판을 하는 방법이다. 1인 출판사 혹은 자비출판 업체에 문의하여 전문 출판사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책을 출판한다.
이 모든 방법을 통해 작가로 등단할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대중적인 인지도나 홍보, 퀄리티 등을 고려하면 첫 번째, 두 번째 방법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게 문제겠지만.
나 또한 그림책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공모전에 대해 알아봤다. 그림책을 만들면서 로또처럼 꿈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니, 말 그대로 1석2조잖아!라는 생각이 들자 작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팍팍되는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공모전을 떠나 그림책을 어떻게 해서든 만들 것이고,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림책 작가로 활동할 것이라는 큰 목표가 있었다. 뚝심 있게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 맞게 그림책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스토리를 구상할 것을 큰 중심목표로 잡고, 이와 동시에 다양한 그림책 공모전의 종류와 일정을 확인하였다.
생각보다 다양한 그림책 공모전
2021년 가을과 겨울 사이. 처음으로 그림책 공모전을 인터넷에 검색하였던 순간이 기억난다. 공모전 관련 자료에 대해 수십 페이지를 넘기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림책 공모전이 많구나'였다. 공모전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만큼 다양해 보였던 것일까? 그림책 공모전이 많아봐야 두세 개 되겠지?라는 혼자만의 생각과는 달리, 그동안 진행된 그림책 공모전은 누구나 알만한 출판사 주최로 꽤 여러 군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웅진주니어, 비룡소, 사계절출판사, 미래엔, 눈높이 등 대형출판사에서 그림책 공모전을 매 년 개최하고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 2021년 당시 진행 중인 것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록도 찾아보니, 건너뛰는 해도 있었지만 대부분 매 년 꾸준히 그림책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었다. 공모전의 특전이 수백만 원의 상금에다가 출판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분명히 매력적인 요소였다.
(2022년 기준으로 약 11개의 그림책 공모전이 진행되었다. 출처: 나)
위 그림은 2022년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직접 정리한 자료이다. 처음 그림책 공모전을 검색하였을 때는 이 정도로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2022년이 되면서 그림책 공모전의 수는 더 늘어났다. 이 해에만 새로운 그림책 공모전이 두 개나 생길 정도였다. 새로운 공모전이 생긴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그림책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스스로 정한 그림책이라는 길이이렇게나 수요가있다니! 공모전이 많아질수록 기회는 더 많아지는 법이니 내심 속으로 뿌듯하면서 쾌재를 불렀다.
앞서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그림책 공모전이 많으면 뭐 하나, 대부분 1~3명을 뽑는 것이 전부인 걸. 그것도 기성작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공모전 당선을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할 정도였다. 수십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작품성과 상업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 또한 공감한 부분이었다.
나를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저 성공을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일 것이다.
그림책 공모전에 대해서는 기간을 인지한 채 우선 내 템포에 맞춰 창작 준비를 시작하였다. 작품을 우선 하나라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림책 작품이 완성되면 우선 공모전에 투고를 하고, 그 이후에 출판사에도 투고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자비출판으로라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나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웠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림책 스토리 구상을 하며 그림책 관련 자료를 검색하던 중, 눈이 휘둥그레 해질 정도의 한 이미지를 보게 되었다. 바로 LG유플러스에서 처음으로 그림책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그림책 공모전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내 뒷목을 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이 포스터를 처음 본 순간, 심장이 몇 배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접수 기간:22.03.02 ~ 05.31
공모 자격:그림책의 출판 이력이 없는 신인
시상 내역:총 10작 선정, 작품당 1,000만 원(인세 별도)
시상 특전:그림책 실물 출판 및 아이들 나라 디지털 콘텐츠화
지금 생각해 봐도 말도 안 되는 내용의 공모전이었다. 이런 그림책 공모전이 다시 생길 수나 있을까?
기성작가들은 제외한 채 신인작가만을 위한 공모전이라니.
그것도 10개의 작품이나 선정하다니.
그것도 상금이 각각 천만 원이라니.
거기에 그림책 출판과 디지털콘텐츠화라니!!!
말 그대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동안 그림책 공모전에 대해 조사하고 많은 자료를 찾아봤었지만 이런 공모전은 난생처음이었다. 우선 신인작가를 위한 공모전 자체가 없었다. 또, 10개나 되는 작품을 뽑는 공모전 또한 없었다. 더욱이 디지털 콘텐츠화는 그림책 공모전들 중에서 처음 보는 단어였다.
이때 당시 각 통신사별로 키즈 플랫폼이 유행이었다. 코로나가 온 세상을 뒤엎은 후 집에만 있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준다거나, 교육적인 영상을 제공하는 등 저출산에 비해 키즈 콘텐츠는 점차 성장하는 추세였다. KT는 키즈랜드,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라는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었다. KT는 오은영 박사가 광고모델로 나와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다. 이와 경쟁이라도 하듯, LG는 백종원 대표가 아이들나라를 홍보하여 마치 서로 자웅을 겨루는 구도가 될 정도였다.
아마 LG유플러스가 자사 플랫폼인 아이들나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대적으로 그림책 사업에 투자를 한 것이 아닐까. 상금의 규모를 봐도 역시 대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실제로 이 시기 이후로 지하철을 타면 광고판에 '아이들나라, 동화유학' 등의 단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이미지를 처음 접한 순간, 심장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위해 하늘이 직접 공모전을 만들어주신 기분이었다. 마침 다니던 직장을 3월까지 근무 후 퇴사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머릿속으로 '3월까지는 작품에 대해 구상하고, 퇴사 이후 4월부터 두 달 동안 그림작업을 하면 되겠다'는 계획이 떠올랐다.
더욱이 '이 공모전은 나를 위한 것이다. 하늘이 주신 천금 같은 기회다'라는 생각과 함께 간절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공모전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