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탄피가 어느 몸에 박힐지 헤아릴 수 없소.
알지못하오, 알지못함을 알고있지만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소.
사라진 탄피가 누군가의 어제로부터 날아가,
누군가의 내일로까지 닿을지
알지못하오, 알지못함을 알고있지만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소.
그렇지 않습니까.
ㅡ그렇지 않습니다.
아, 그렇지 않습니까.
ㅡ그렇습니다.
탄피의 행방을 쫓으면
흐트러진 장수의 갈짓자 걸음이 나올 것이오.
아니, 나는 알지못하오.
알지못함을 알고있지만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소.
그렇지 않습니까.
ㅡ그렇지 않습니다.
아, 그렇지 않습니까.
ㅡ그렇습니다.
쇄신을 기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더는 나빠질 것이 없소.
아니, 나는 알지못하오.
알지못함을 알고있지만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소.
무지를 허락받아 무지를 행하여 무지로 나아가는 나는,
알지못함을 알고있지만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소.
그렇지 않습니까.
ㅡ그렇지 않습니다.
아, 그렇지 않습니까.
ㅡ그렇습니다.
잃은 탄피가 쏘아 맞춘 것은 아마도 신뢰,
분명한 답에 이르러도 모호한 수를 헤아리며.
아니, 나는 알지 못하오. 알지못함을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소.
수년 전,
시대를 한탄하며,
또한 무능하고 무력한 나 자신을 꾸짖으며 썼던 시.
그 날은 유난히도 피로했고, 또 어지러운 제목의 신문 기사가 많았던 날이었다. 나는 지친 몸으로 인터넷 뉴스를 읽다가, 문득 단신처리 된 기사를 하나 발견 했다. 서울의 모 지역에서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의문의 실탄을 다량 발견했다는 거였다. 24년에는 영종도나 공항에서도 실탄이 발견됐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지만, 그 해에는 분실 탄피에 대한 기사가 전혀 없었던 터라, 미필자인 나는 즉각 극도의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군당국이 조사 중이라며 기사는 황급히 마무리 되었는데, 나는 해당 기사에 인터넷 댓글을 몇 자 달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의미가 없다고 느꼈던 것이다. 하여, 나는 메모장을 켜고 시를 한 편 썼다.
나라가 평온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며, 깊이 존경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당연히 날 수 밖에 없는 소음들, 개선되어야만 하는 불합리함. 덮어놓고 외면할 수 없는 크고 작은 병폐들이 눈에 밟혀, 펜을 들었다. 막상 종이에 적어내려 간 것은 짙은 수치심.
시에서 역력하게 느껴지듯, 나의 무력함을 숨길 수 없었다. 전쟁 중인 국가 임에도 해이해진 군기, 그 무능의 시대를, 나약하게 맨 발로 서 있는 진정 무능한 나 자신.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자신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엄히 탓했다. 성별이 여자이기에 군복무에서 배제되었고, 그로 인해 군 관련 정보들에 있어, 무지를 허락받아, 무지를 행하고, 그렇게 무지로 나아가는 나, 알지 못함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알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젊은 남성들의 희생과 헌신에 기생하는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무능의 시대, 맨 발로 서서>란 시를 집필한 후, 한 명의 여성이기에 앞서, 국민으로서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컨대,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다. 나는 그저 내 자리에서 내가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 끊임없이 고뇌하고 그 산물들을 바지런히 적어내려 갈 뿐.
나라를 위해 애써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별빛 아래서 치열하게 글을 쓴다.
부끄러움을 가득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