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운동을 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탄탄하고 멋지게 갈라진 근육을 갖기 위해, 땀을 흘리며 느끼는 개운함과 즐거움 때문에, 건강 상의 이유로, 운동선수 또는 강사처럼 운동이 직업이기 때문에 우리는 운동을 한다. 운동 종류도 아주 다양하고 접근성 또한 좋아젔다. 헬스, 클라이밍, 요가, 필라테스, 사이클, 볼링, 테니스, 수영 등 많은 스포츠 센터가 생겨나면서 원한다면 언제든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수많은 운동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운동이 생기면 오랜 시간 꾸준함을 통해 몸은 단단해지고 고된 일상을 뒷받침할 체력을 갖출 수 있다. 근데 몸은 그렇게 열심히 가꾸면서 우리의 정신, 마음엔 왜 소홀할까?
'요가'라는 운동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요가를 2년 넘게 하고 있지만 사실 요가에 대해 아는 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오랜만에 네이버 검색을 해보기로 하자. 이번엔 네이버 지식백과를 켜서 '요가'라고 검색하면.
[요약]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어 정신을 통일시키는 고유한 인도의 수행법.
'요가'를 통해 내 정신을 지키고 싶었다.
미술, 디자인과 다르게 내가 왜 요가를 시작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역시 짧은 인생에서 어두운 암흑기로 남은 대학원이다. 대학원을 다니며 난 답답함과 우울함을 많이 느꼈다.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면 숨을 쉬기 힘들었다. 심장과 내 온몸을 누군가 손으로 쥐어짜는 듯했고 피부의 통점이 아닌 다른 깊은 곳으로부터 아파 왔다. 이 고통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지 못했고 고통의 시간은 점점 길어젔다.
답답한 속을 뚫어 보고자 처음 시작한 것은 매일 밤 한강을 미친 듯이 달리는 것이었다. 러닝은 답답할 때면 찾는 운동이다. 20살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 학원을 다니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것도 러닝이었다. 몸이 힘들어지면 반대로 정신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에 가득한 수많은 생각과 계획들이 사라 젔다. 저녁 9시에 퇴근과 함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한강으로 달려갔다.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보통 5km 정도를 뛰었다. 가볍게 몸을 풀고 천천히 페이스를 올려갔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로 들어가 몸으로 스며들고 가빠지는 숨과 한강의 밤 야경과 밝게 뜬 달을 따라 차분해진 마음은 나를 조금 진정시켰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러닝의 유효기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러닝만으론 답답함과 우울함을 없애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술은 마치 마약과도 같다. 마시면 마실수록 그 빈도와 양은 점점 늘어만 갔다. 하루 맥주 한 캔으로 시작한 술은 소주로 바뀌었고 매일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사가는 초록색의 소주 한 병이 점차 자연스러워 젔다. 술은 내 머릿속에 뿌연 안개를 피웠고 안개는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든 것들을 가로막았다. 오늘 하루의 일과, 내일 할 일들,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고통, 감정마저도 앗아갔다. 조금은 살 것 같았다. 술만이 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낙엽이 다 떨어질 무렵, 정신은 점차 한계에 다 달았다. 러닝은 그만 둔지 오래되었고 술의 빈도와 양은 늘어만 갔다. 술을 끊어보기도 했다. 술을 먹지 않은 날엔 잠을 자지 못했다. 한참을 뒤척이고 자세를 바꿔보고 잠을 자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결국엔 새벽 3시에 일어나 혼자 맥주나 소주를 마시고 난 후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가장 오래 술을 끊은 건 단 3일이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다. 계속 이렇게 지낼 순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 낸 해결책이 요가의 시작이다.
정신을 돌봐 본 적이 있을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다른 무엇도 할 수 없고 침대, 핸드폰, 술 속에만 빠져 있는 일상을 우린 건강하다 말할 수 있을까? 정신과 마음이 멍들고 깨져 하루빨리 고쳐야 하는데 우리는 방법을 알까?
알다시피 우리가 사는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갈등, 고통, 고난이 도사리고 있고 행복한 순간보다 힘들었던,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더 길지도 모른다. 지인, 친구, 가족, 낯선 행인에게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니, 우린 평소에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을까? 오히려 너는 언제 힘들었는지 물어본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때로는 고통을 이겨내고 일어설 수 있지만 가끔은 고통 속에 빠져 인생에 또 다른 암흑기를 보낼 수도 있다. 암흑은 우리를 사로잡아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다른 운동과 달리 요가는 '수련' 이란 단어를 쓴다. 신체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 정신을 돌보고자 한다. 요가에서 수련은 다른 운동이 가지고 있지 않은 가장 큰 매력이자 요가가 가진 뿌리이다. 요가원의 선생님은 수련의 의미를 항상 강조하고 요가의 시작과 끝에 우리의 생각, 느낌, 마음을 물어본다. 하루의 일과, 지금의 생각, 물 흐르듯 흘러가는 많은 생각과 느낌을 하나씩, 하나씩 집중해서 들여다본다. 나를 돌아보는 짧은 5분의 시간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인생을 가져다주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글도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되길.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