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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강을 건너
백두대간을 따라
가을이
마침내 우리 초등학교 교정에 다 달았습니다.
책을 들고
갈피에 끼우려고
예쁜 단풍을 찾는
여자 아이 마음처럼
울긋불긋
마음 담아둘
멋진 기다림 하나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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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인플레이션 계절
온 천지가 메말라 가면
초록 잎 은행나무는
지폐 발권의 한국은행처럼
샛노란 오만 원 권으로 바꿔 달고서
왕창 떨 구 어 버린다.
아침이면
노란 조끼 입은
복지관에서 온 할아버지
떨어진 단풍잎을
돈처럼 곱게 쓸어 마대자루에
꾹꾹 눌러 담고서
힘들게
어깨에 지고 가는
뒷모습
엄동설한 넘기기 위해
연탄 한 장 사기 위해
폭락해버린 지폐 한 자루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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