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순전히 딸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딸들의 미래를 위해 시작했던 그 글쓰기가 어느새 저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이 되어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진짜 행복을 제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세상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좋은 엄마, 착한 아내, 믿음직한 동료. 그 역할들로 이루어진 ‘우리 집’이라는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만 사는 것이 편안했다. 어쩌면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조금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런 네게 ‘블로그’는, 굳게 닫아둔 방 안에 어쩔 수 없이 열어둔 손바닥만 한 창문과 같았다. 처음에는 그 창문으로 무엇이 보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꾸준히 글을 써서 ‘두 번째 월급’이라는 목표만 이루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작은 창문으로,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의 다정한 풍경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뭘 써야 하나’하는 작은 의무감은, 놀랍게도 나를 집 밖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이끌었다. 세상을 향해 굳게 닫아두었던 네 마음의 렌즈가, 비로소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은 똑같은데, 제 눈에 새로운 필터를 낀 것처럼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마음에 솔직하고 싶었고 동시에 정확한 정보를 나누고 싶었다. 부동산에 대한 글을 쓸 때면, 쉬는 날 남편과 함께 직접 현장을 찾아다녔다. 네 안에 이런 호기심과 열정이 숨어 있는지 나 자신도 처음 알았다.
나의 이런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역시 가족이었다. 예전과 달리 무언가를 발견하면 아이처럼 신나서 사진을 찍고, 낯선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제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남편과 아이들이 “엄마, 요즘 좀 이상해”라며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이상함’이 얼마나 기분 좋은 변화인지, 나도 그리고 가족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쓰기는 슬픔으로 멈춰버린 내 시간도 다시 흐르게 했다. 갑작스럽게 엄마를 떠나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남편이 바람이라도 쐬자며 밖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멍하니 한 부동산 분양 현장을 둘러보았고, 집에 돌아와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곳에 대한 글을 썼다.
이상하게도, 노트북 위에서 글자를 두드리는 동안, 멈춰 있던 네 마음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그렇게 나를 다시 살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글쓰기로 번 첫 수입을 손에 쥐었을 때, 나는 엄마에게 선물을 해 드렸다. 글을 써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엄마는 신기하다고 했다. ‘우리 딸, 참 똑똑하다’고 하시던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선하다.
전쟁통에도 피난길에서 배움을 놓지 않으셨던 엄마. 우리 집에 계실 때면, 늘 아이들 곁에서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시던 엄마. 엄마도 글 쓰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들었다.
어쩌면 글 쓰는 재주는, 엄마가 네게 남겨주신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두 딸아이 모두 논술 실력으로 대학에 갔으니, 아마 우리 집안에는 글 쓰는 무언가가 흐르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은, 세상과 ‘연결’된다는 느낌이었다. 네 글에 누군가 ‘공감해요’라는 댓글을 남길 때, 서툰 이야기에 ‘위로받았어요’라는 답장을 받을 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댓글 하나에 하루 종일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되었다’는 말을 보면 네가 오히려 더 큰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