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원 수학강사 김준수
기말고사 기간에 학생들과 어지간히 씨름을 했구나 싶었다. 술집에서도 학생 생각이 났다보다. 아니 술을 마셔서 학생들 생각이 더 났는지도 모르겠다. 명랑하게 핑계를 대고 시험은 망쳤을 학생들이.
미적분, 기하, 확통.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이 아직낯설다. 그는 나와 꽤 오랫동안 회사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서 피디, 작가로 한 팀이었고, 몇 번의 진통 끝에퇴사를 했다. 웹툰 미생에 나오는 명대사를 그도 알았을 것이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세 번이나 붙잡는데도, 신발 위에 올라앉은 낙엽 떨구듯이 나가 버렸다.
그의 ‘미안한데‘ 가 좋았다. 일을 맡길 때 그는 늘 미안한데를 붙였다. 미안한데 지금 할 수 있겠나, 미안한데그 사람 한번 섭외해 볼래, 미안한데 영상 하나 더 넣을수 있겠나. 대놓고 머슴 부리듯이 하는 몇몇 사람들 속에 그의 미안한데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을 울리기 충분했다.
거기에 화룡점정 에피소드. 한여름 일산 해수욕장에서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잠깐 찾아온 휴식 시간에 그와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 앞 테이블과 의자는 만석. 주말 무더위 해수욕장에서 다들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 오빠, (그를 차장님이 아닌 오빠라 불렀다) 나도 호가든 하나 마셔도 돼?
- 응. 여기서 마시고 천천히 온나.
그의 입과 눈빛은 진심으로 같이 움직였다. 곧 무대가 열리는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는 작가에게 맥주를 허락하는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열심히 해야지. 저 오빠 회사에서 칭찬받게’ 재미있게 일도 하고, 돈도 벌던 젊은 날에 그가 있었다.그리고 그가 있어서 내 인생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