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와 사랑
초등학교 교사가 된 저는, 재밌게도 초등학생 때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습니다. 선생님들이 기피하고 ADHD 의심 증세를 보인다며 정신 병원에 보내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선생님의 말이 심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항상 교실에서 수업을 방해하고, 학교에서 새롭게 만든 연못에 첫 번째로 빠져서 교장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사고를 달고 다니는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선생님이 왜 그렇게까지 화나셨는지 지금은 이해합니다. 같은 선생님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그렇게 혼나고 나면 저는 제 자신이 참 미웠습니다.
나는 남들이랑 다른가? 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지? 하는 생각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저 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랑이 부족한 어린아이의 투정일 뿐인데. 제게 뭐라 하는 사람들도 불행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모범생이 된 나의 모습을 열망하곤 했습니다. 이런 과거의 경험들이 영향을 미쳐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저는 항상 더 완벽한 나의 모습을 추구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못난 모습을 보이면 나 자신을 미워했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성인이 되었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잘난 모습을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남들을 비웃고 헐뜯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제게 배려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 또한 똑같이 갚아주고 만족하곤 했습니다. 사랑에 있어서도, 남을 쉽게 믿지 못해 상대방이 항상 같은 마음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곤 했습니다. 상대방을 매정하게 밀어내기도 해 봤고, 추하게 매달려보기도 했습니다. 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형편없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음. 완전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엔 이런 내 모습을 부정했다면, 지금은 이런 내 모습도 인정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던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제 자신을 인정하고 나니, 남을 미워하는 마음, 의심하는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곤 평온함과 안정감이 들어왔습니다.
또 언젠가, 제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저는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이 들어도 괜찮아. 내가 나를 더 사랑해 줄게’ 말하면서요. 또 누군가에게 상처받게 되더라도, 분노보다는 평화를 선택할 겁니다. 타인을 위해 용서하는 것이 아닌, 상처를 붙들며 살아가고 있는 제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