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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Jan 25. 2024

열두 번째 장은 사랑입니다.

  안녕하세요? 시가 흐르는 철학 카페의 책장 지기입니다. 1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인 오늘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고대부터 사랑에 관한 많은 명언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빼고는 논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과 그를 동일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데스카는 ‘사랑엔 비극이란 없다. 사랑이 없는 가운데서만 비극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쇼펜 하우어는 ‘진실한 사랑은 서로에게 엄청난 힘과 열정을 안겨다 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명언을 가슴에 품고 우선, 시 한 편을 낭송하겠습니다.       


그대가 나의 사랑이 되어준다면
내 인생을 모두 걸고서라도
그대와 함께 이 길을 가겠습니다

외롭고 힘겨운 이 길, 
그러나 그대가 내 곁에 있기에 
언제나 행복한 길,
그대의 사람이 되어 영원히 저 무덤 속까지                          


  A. 도데의 ‘그대가 나의 사랑이 되어준다면’이라는 시입니다. 그대가 나의 사랑이 되어준다면 하늘의 별도, 달도 따오겠다고 다짐한 적이 여러분도 있으실 겁니다. 저도 한창 뜨겁게 사랑했을 때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잠을 자지 않아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때까지 통통했던 저는 대학생 때 사랑하면서부터 저절로 살이 쭉쭉 빠졌습니다. 물론 남자친구 앞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어 내숭을 떠느라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식탐이 많은 책장 지기인데 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에는 식탐은 고사하고 배도 고프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에 젖어 오늘은 라테 위 달콤 고소한 아몬드크림이 올라간 아몬드슈패너를 준비했습니다. 달콤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십니다. 아몬드크림 향이 은은하니 감미롭습니다. 감미로운 커피 향에 취해 김소월 시인의 시집을 펼칩니다. 진달래꽃, 먼 후일, 가는 길, 접동새.... 김소월 시인의 사랑은 이별, 아픔으로 점철(點綴)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의 끝에 닿은 ‘초혼(招魂)’ 시에 손이 멈춥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시인에게 허공에 헤어진 이름, 부르다가 내가 죽음 이름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일제강점기 민족의 토속적인 한과 정서를 그대로 담아낸 그는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14세의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 친구의 손녀와 결혼했습니다. 김소월은 오산학교에서 시작 활동의 스승인 김억과 사상적 스승인 조만식을 만났는데, 이는 그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같은 시기 김소월은 오산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받던 오순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교제하였습니다. 하지만 김소월은 이미 결혼하였기에 두 사람의 인연은 오순이 19살의 나이로 시집을 가게 되면서 끊어졌습니다. 그러나 오순은 의처증이 심했던 남편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22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당시 김소월은 이루지 못한 사랑을 탄식하며 김억에게 배운 시 작법으로 많은 시를 썼습니다. 이들 시는 훗날 김소월 생전에 낸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에 실려서 김소월의 대표적인 시들로 자리 잡았습니다. 김소월의 대표 시 중 하나인 ‘초혼’은 오순의 장례식에 참석한 직후 창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연이 깃든 시였기에 ‘초혼’에서 손이 멈추었나 봅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은 사랑에 취해 온 세상이 밝기만 할 것입니다. 하루하루 아니 매 순간 행복함에 설레겠지요? 그러나 영원할 것 같은 사랑도 끝이 납니다. 한없이 타오르기만 할 것 같은 사랑도 심지가 다 타버려 꺼지고 맙니다. 중경삼림에서 이별하고도 영원한 사랑을 바라는 남자 주인공이 

  “만약 기억이 통조림이라면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꼭 적어야 한다면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라고 말합니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만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에 빠진 뇌의 3단계 변화를 얘기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뇌의 3단계

1단계- 사랑에 대한 간절함
아직 만나지 못한 상대를 계속 원하며 찾게 되는 단계로 사랑에 빠진 뇌는 도파민의 영향을 받아 마약에 심취한 뇌와 비슷한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또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회로가 작용해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됩니다.     

2단계-  사랑의 시작과 몰입
사랑의 몰입 현상은 길게는 17개월, 짧게는 1년을 넘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는 사랑의 유효기간이 12~17개월이라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몰입이 지속되면 체력적으로나 뇌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너무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3단계- 애착 형성
설렘과 자극이 잦아든 자리에는 배우자 신경이 자리 잡게 됩니다. 배우자 신경은 뇌 속에서 신경이 연결되며 생기는 것입니다. 애착 단계에서 발생하는 호르몬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입니다. 모유 생성에 관여하는 옥시토신은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바소프레신 호르몬은 배우자의 애착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일부일처 호르몬'이라고 불립니다. 사랑에 빠진 뇌가 사랑하는 대상을 찾고, 그 대상에 몰입하며 형성된 애착으로 처음처럼 뜨거운 감정은 아니지만 없으면 허전해지는 편안함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정'이라는 단어로 정의합니다.


  뇌를 기준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을 얘기했지만, 꽤 흥미로웠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이지만, 이 말을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장 지기인 저는 전혀 이과형 인간이 아닌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뇌의 변화, 호르몬 변화에 따른 사랑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찬란한 사랑의 위대함을 믿고, 영원한 사랑을 믿고 싶으며 사랑의 기적을 믿고 있습니다. 사랑이 정으로 변하는 과정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사랑이 가지는 위대한 힘이 우리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 삶이 ‘사랑’으로 찬란하게 빛나시길 바라면서 책장을 덮겠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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