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學歷)은 학력(學力)인가?

살아보니 그렇더군요. - 진심 어린 한마디

by 정상환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이민을 간다 해도, 여권의 국적은 바뀌나 학적부는 여전히 변동이 없죠.

편입, 유학 그리고 동등 자격을 취득했다지만 학적 DNA는 불변입니다.


처음 만난 사이에도, 어느 학교를 나왔다는 말만 듣고 나름대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나요?

공부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가늠하고, 현재의 사회적 네트워크도 짐작하지요.

나아가 섣부르게 인품까지 예단합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는 일생을 좌우합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질기게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처럼 관계지향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말할 나위 없죠.


부모들이 기를 쓰고 사회적 평판이 좋은 학교에 자식들을 보내려 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명문교 출신이라 하여 성공하는 건 아니죠.

물론 한 발자국 앞선 출발이 된다는 건 살아보니 알겠더군요.

그래서 공부 좀 더 열심히 할걸... 살짝(?)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더군요.


현실의 정글에는 내공 있는 실력자들이 즐비합니다.

‘그 학교’를 나왔다가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도태를 자초하는 우스운 일입니다.


정치인, 경제인, 고위 공직자, 연예인 등 저명인사에 대한 언론의 소개도

출신지와 더불어 출신 학교를 따집니다.

이른바 명문교를 나왔다면 그럴만하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반면, 생소한(?) 학교를 나왔으면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너스레를 떨거나 의아하게 반응합니다.

심지어 무슨 ‘큰 연줄’이 작용했다고 의심하기도 하죠.


노래만 잘하고, 연기만 잘하고, 역량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전문성, 실적, 현재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뒷전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이력서는 ‘과거의 나’가 ‘오늘의 나’를 규정합니다.

과거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순서로 쓰입니다.

본적, 주소, 학력, 경력 등 편년체(編年體) 형식입니다.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업무, 실적은 맨 나중에 나옵니다.

현재 나의 성공사례는 후순위가 됩니다.

과거 지향이라 할 수 있죠.

어디 나왔냐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중요한가요?


서구유럽 선진국의 이력서는 철저히 ‘현재’ 중심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 전문성, 성공사례 순으로,

출신 학교는 아예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의 실력만을 봅니다.


‘어느 학교 출신이란 것이 밥 먹여 주냐?’는 겁니다.


여러분은 "쭐라롱콘 대학교를 아시나요?"

대부분 모르실 겁니다.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쭐라롱콘 대학교는 태국의 최고 명문으로 평가받는 대학이라 합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대입니다.

그러나 서울대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아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

하물며 다른 학교들은 더더욱 그렇겠죠.


모르는 건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그게 뭐 중요한가요?


그런데도 세계는 따지지 않는데,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희한한 잣대를 들이대는 겁니다.


결국 실력으로 판가름 납니다.

그래서 저는 꼰대스럽다 할지라도,

젊은이들에게 학력(學力), 배움의 힘을 기르길 독려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실력이다. 지금 나의 실력, 경쟁력이 중요할 뿐이다."

"시험 한번 잘못 봤다고 우울해할 필요 없다! 시험 한번 잘 봤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

“지금부터 하면 된다.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어느 학교를 나왔냐?’를 묻기보단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하지 않나요?

가방에 새겨진 학교 로고가 결코 실력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학력(學歷)은 학력(學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살아보니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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