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살붙이 여동생이 가장 정성을 깃들여 만들어준 밥상이 있다. 사실 생일날에는 나보다는 엄마가 더 고생한 날이었다는 생각에 어느 나이대부터인가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엄마에게 미역국 한 그릇이라도 끓여드리자.'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근데 엄마와 떨어져 살면서 동생과 붙어 지냈던 어느 한 해의 생일날, 동생이 외로울 나를 불러서 이렇게나 후다닥 준비했던 한상을 챙겨주는 것이었다.
이 날의 생일상은 이러했다. 씹을수록 버섯의 고소한 풍미가 있는 새송이 버섯을 얇게 쪼개듯 썰어 부드러운 계란옷을 입혀 부쳐내고, 나의 와인친구 사돈어르신표 직접 농사지으신 마늘로 담가낸 새콤달콤한 마늘장아찌, 주인공이 될 미역국, 향긋한 톳나물에 끼얹은 초장, 딸기와 키위로 충전될 비타민, 한 입 크기의 깍두기, 동생표 청포묵을 들기름과 맛소금 검은깨로 무쳐낸 청포묵무침, 총알버섯을 굴소스에 갖은 야채들과 볶은 밑반찬까지. 이 모든 게 나를 향한 동생의 정성이었고, 나를 향한 마음이었다. 상상 속에서나 먹어 볼 것 같던 드라마세트장 음식 같은 한상이었다.
가지가지의 영양소와 맛, 양념, 풍미, 다채로운 색감들을 선사해 준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신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음식은 많은 이들의 향수를 불러오는 것 같다. 먹으면서도 이 음식의 결과도 결과이지만 만들어 낼 때의 마음과 정성, 그 분주한 손놀림과 시간을 쏟음이 나를 감동케 했다. 감사하다.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음식을 통해 애정을 주고받고 사랑을 주고받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
한국사람의 밑반찬에는 외국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장과 양념들이 만들어지고, 창의적으로 음식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한국음식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한식파로써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다른 문화권은 음식들도 사랑하고 맛있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우리의 정서가 담긴 오랫동안 내려온 우리 한국인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한식'이 주는 편안함과 다정함이 나는 좋다. 서로 특별한 날을 챙기고 위하며 음식을 통해 정을 나눌 우리 민족의 정서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상상 속에서나 맛볼 법한 생일상이라는 말은 사실 그때의 외로움을 대변한 표현일 뿐, 우리 곁에서 언제든지 맛볼 수 있고 누구든지 소중한 이에게 대접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따사로운 정을 다가오는 봄과 함께 맛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