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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땐 흔들리는 대로

by 숨고

흔들릴 땐 흔들리는 대로, 흔들려야 되는 이유가 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갈대 같은 마음으로, 바람의 흔들림을 견뎌낸다. 부러지지 않게만 버텨낸다. 태풍도 파도도 결국 지나간다. 그때까지 덤덤히 무던히 그렇게 해야 할 일을 하며, 마주해야 할 것을 마주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결국 단단해질 당신은 부러지지 않되 흔들리는 대로. 그렇게 말이다.


세상이란 허허벌판 같아서 너무도 많은 종류의 풍파가 있다. 그런데 그럴수록 우리가 딱딱하게 힘을 주고 버티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의 아킬레스건이나 콤플렉스 등을 건드리는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 나의 소중한 무언가를 걸고넘어질 때, 나의 억울함을 자극할 때, 너무 인격적이지 않은 무례함을 행사할 때,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무언갈 갑자기 잃어버렸을 때 등의 순간들이 그러하다.


그럴 땐 원인이 타인에게 있다면 나의 권리를 찾되, 그래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그렇게 대응한다. 당신의 그런 차분함이 당신을 더욱 단단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런데 타인에게 탓할 수 없는 원인 없는 사건이나 사고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땐 받아 들려 지지 않으면 않는 대로 하늘을 원망하기 하여도 하듯 울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해 본다. 슬픔은 슬픔대로 상실의 아픔은 그 아픔대로 받아들이고 온전히 끌어안고 느낀다. 억지로 애써 참으면 탈이 난다. 아픔을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언젠간 흘러간다.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게 아프더라도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나를 더 의식하고, 그런 나를 더 안고 펑펑 울어낸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주기로 길어지고 아픔의 강도도 약해진다. 녹슨 칼날이 조금씩 날카로움에서 무뎌짐으로 가듯이 우리를 찌르는 아픔도 그러하다.


역설적이게도 아픈 일은, 아픈 상황은 받아들이고 무언가로 승화해야만 나아진다. 우리가 인정하고 그 상황 그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할 때, 그 모든 것은 오히려 우리를 더욱 가까이에서 아프게 한다. 받아들이면 가까이에서 나를 더욱 날카롭게 찌를 것 같은 마음도 그저 우리의 선입견 같은 것일 것이다.


그렇게 살아내자. 아프면 아픔의 흐름대로, 흐르는 대로, 흔들리는 대로 말이다. 내 뜻과 같지 않게 흐르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보다 더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위안 삼아, 그렇게 그 상황에서도 감사를 찾아본다.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부러지지 않을 단단함으로
흔들릴 땐 흔들리면서 그렇게 말이다.




* 작가의 말

브런치에 올린 글이 모여 벌써 200 페이지가 되었네요. 짧다면 짧은 글이지만, 이 글들이 저에게 준 위로와 용기. 기쁨과 희망. 그리고 오가며 둘러보아주신 분들과의 교감과 소통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더 풍성하고 의미깊은 글들로 다가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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