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냄의 미학?

끝내 솔직하기란 불가능?

by giant mom

나에겐 오래된 찐 절친이 있다. 한 25년 정도... 그 절친은 나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신랑과 매우 닮은 친구다. 내가 남편과 싸울 때마다 그 사람의 속을 알 수 없으니, 그 사람과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인 너에게 좀 물어보자라고 말할 때가 많았다. 꼼꼼하고 배려심이 많고 자기를 생각하기보다 남을 생각하는... 언뜻 보기에 대단히 이타적인 사람처럼 비친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친구로 인해 마음이 많이 상하고 아팠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나에게 병이 아닌 병이 있다. 작품에 대하여 나누고 토론을 할 때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을 거면 아예 수강신청을 하지 말라고 오티 때마다 말한다.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들이 눈치 보게 하는 그런 상황들을 만들지 말라, 나도 너네들 눈치 보면서 강의하고 싶지 않다, 내가 말하는 지식과 정보야 얼마든지 유튜브에 논문에 깔려 있는 거 아니냐, 친구들과 문학을 매개로 너희들의 삶을 나눌 때만이 재밌고 의미가 있다... 등등 이광수가 말한 "감정의 육성"에서의 나눔을 조금이나마 가능하게 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불가능하지 않음을 학생들과의 수업을 통해서 수도 없이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친구하고 그것이 잘 안 되었다. 남편하고 안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25년 지기 친구하고 안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왜 화가 날까.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 그가 내 앞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자 존 심.. 지긋지긋한 단어다. 학생들이 나에게 함부로 대할 때 연상되는 단어, 남편이 나와 더 이상 대화하려고 하지 않을 때 떠오르는 단어다. 이 단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작가가 바로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이라는 영국 여성 작가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이성과 감성>에서 잘 재현된다. 언니 엘리너는 이성적인 측면이 강한 여성이고 동생 마리엔은 감성적 측면이 강한 인물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에게 표를 더 많이 주고 있는 듯한 인상이지만 그렇지 않다. 동생이 언니에게 말한다. "언니든, 언니가 호감을 갖는 에드워드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알 수 없어. 오히려 정확한 실체를 알지 못해 나중에 고충을 겪게 돼"라고 말이다.


친구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은 상처를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자신은 항상 참는 사람이고 상대는 항상 질러대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지인은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나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다음은 뭐지? 그다음에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지? 항상 선을 긋고 이야기하면 이 관계는 식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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