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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싫다면서 하루종일 보고 앉아있네

어느 마케터의 고민 - 그 거대한 아이러니

by sseuli Feb 07. 2025

출근을 하고 컴퓨터를 켠다. 인터넷 창을 열고, 즐겨찾기 버튼을 누른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이런저런 새로운 컨텐츠를 확인하고, 우리 회사 제품 이름을 검색해 나오는 컨텐츠들도 확인해 본다. 무의식적으로 이 일련의 루틴 작업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초중학생이 내 옆에 앉아 있으면, 일은 안 하고 SNS 보면서 놀고 있는 줄 알겠지. 고등학생이라면 아마 SNS 확인하면서 돈 도 벌 수 있다니 꿀잡이라고 하려나.  


마케팅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SNS 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요즘 내 SNS 계정들은 사망 상태다. 계정만 사망 상태가 아니라, 나 역시 업무시간을 제외한 개인 시간에는 무의식 또는 의식적으로 SNS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루종일 SNS를 보고 있다가 퇴근할 때가 되면, 핸드폰을 가방 속 깊숙이 처박아 놓고 눈을 잠시 감는다. 이거 사세요, 저거 사세요, 나 이렇게 멋지게 살아요. 나 예쁘죠.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끊임없는 외침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가는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아서. 눈을 잠시 감고 있다가 지루해지면, 다시 눈을 뜨고 열차 안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고,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나라 - 독일이라지만 여기도 대중교통 안의 풍경은 비슷하다. 다들 아주 무서운 집중력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마케터라면 SNS 하는 것을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옷이 너무 좋아서 대학 전공을 의류산업학과로 택했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전공을 변경했다. 그녀가 말했다.


"알고 보니까 나는 그냥 예쁜 옷을 구경하고, 사고, 입는 것을 좋아하는 거였더라고. 전공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옷을 사러 갈 때 '내가 이 옷을 입으면 예쁠까 아닐까'를 생각하기보다, 원단을 만져보고 이 원단은 어떤 것이고, 얼마정도 할 테고, 그래서 어떻게 디자인을 해서 바느질 작업을 해야 하며, 그 결과 적정한 판매 가격은 얼마이겠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거야. 그 순간 그냥 갑자기 예쁜 옷이고 뭐고 다 싫어지더라고."


SNS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당신은 소셜미디어 마케터로 완벽한 사람입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마케터라면 SNS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잘 활용한다'와 '좋아한다'는 큰 차이가 있다.


단지 재미있거나 유용한 컨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것에서 넘어서야 한다. '우와- 이 사람 팔로우가 많네, 이 컨텐츠 조회수가 엄청나다' 에서 끝나도 안된다. 이 컨텐츠가 왜 조회수가 높은지, 또는 왜 낮은지, 팔로워에 비해 댓글이 왜 이렇게 많이 달리는지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파악해야 한다. 마치 의류산업학과에 들어가 원단 공부부터 하듯이.


고전적인 마케팅 플랫폼 (티비, 라디오, 신문 광고 등)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한방향 외침에 가까웠다. 하지만 SNS는 특정 소비자의 반응과 행동패턴을 즉각적이면서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SNS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 해야 할 마케팅의 방향을 꽤나 명확히 잡아 나갈 수 있다. 따라서 마케터라면 SNS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세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그것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많이 봐야 한다.


한국에서 나고자란 내가 유럽 시장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상황처럼, 만일 그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많이 봐야 한다.

'질Quality 보다 양Quantity' 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몇 안되는 경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바로 여기서 거대한 아이러니가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SNS가 싫다면서도, 하루종일 SNS를 보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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