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서 수험생활을 해보셨나요?

#6 우리 동네에 수상한 독서모임이 있다

by 효롱이

고시원 안으로 들어가자 시큼한 냄새가 났다

빈 충무실 앞 파란색 플라스틱 통에 누군가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것이 적당히 썩은 것 같았다. 우리는 왼편 밑에 보이는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1퍼센트님도 공부한다고 고생이 많겠어요."

나는 사법고시 공부할 때 이런 고시원에 2년 넘게 생활한 기억이 났다. 내 경험상으로든 별로 추천할 집이 못된다. 법대 선배님들의 말로 이런 고시원에서 1년 넘어가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다 했다.

삐그덕 삐그덕

우리가 걸어내려가니, 나무로 만든 계단에서 늙은 뼈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여기가 근처에서 제일 싸다고 하더군요.

경비를 아끼기는 좋다고 했어요. 전 고시원을 처음 오기는 하는데 조명들이 좀 많이 어둡네요."

볕이 안 드는 실내를 걸어가며 반초님이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1퍼센트님 안 계시면 어떡하죠."

"효롱님 걱정 마세요. 그럼 우리는 그냥 가면 되니까요."

"그렇네요. 괜히 물어봤어요. 맞는 말이에요."


반초님은 문 앞에 쓰여 있는 방 호수를 확인하면 말했다. 여깁니다


똑똑똑

생쥐가 방귀 뀌어도 울릴 것만 같은 적막 속에 문 둑드리는 소리가 목탁 울리는 소리처럼 퍼졌다.

조용......


"안 계신가 보네요. 한 번만 더 두드려 볼까요?"

옆에서 있던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더 두드렸다.

한 번 조용조용...... 안계시구나 하고 가려는 찰나.


"누. 누구세요?"

안에서 소리가 났다. 그건 내가 아는 1 퍼센트님의 목소리가 맞지만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1 퍼센트님이 40년 정도 고된 노동을 하고 난 후 누워 울리는 기침 같은 소리였다.


반초님은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었다. 방이 한눈에 보였다. 방바닥은 늙은 나무 같은 갈색 격자무늬였고, 그것보다 붉은빛이 도는 책상과 의자 하나, 큰 생수 몇 개 들어갈만한 작은 미니 냉장고, 파란색 커버가 씌워진 좁은 침대가 전부였다. 책상 위에는 독서대에 두꺼운 문제집이 쌓여 있었고, 바닥에도 그것과 비슷한 두께의 책이 흩어져 있었다. 위치를 보니 누워서 책을 보다 놓쳐버린 것 같았다.


방으로 들어가자 작은 창문에서 빛이 새어 들어와 불을 켜진 않았어도 1퍼센트님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죠? 아......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5분만 10분만 하고 누워있다 결국은 못 일어났네요. 콜록콜록." 1 퍼센트님은 우리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코로나는 아니더라고요."

나는 쓰레기통에 뜯긴 자가키트를 보며 말했다.

"독감 아니에요? 약은 드셨어요?"


"금방 나을 줄 알고 있었는데...... 너무 기운이 없어져서 못 나갔어요."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반초님이 1 퍼센트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꾸짖듯 물었다.


"아... 아니요.... 걱정하실까 봐서......"

안다. 난 1 퍼센트님의 말이 무엇인지 여기 건물 안에 있는 누구보다 더 잘 알 것만 같았다. 수험생이 되면 이런 것이다. 아파도 걱정할 부모님을 위해 말 못 하고, 부모님 또한 일이 있어도 자식 공부에 방해될까 봐 말을 안 하신다. 그게 공부요, 공부의 아픔이요, 공부가 주는 시련이다.


"알겠어요. 증상을 우리한테 자세하게 말해보세요. 근처 가서 간단한 약이랑 죽 좀 사다 드릴게요."

1 퍼센트님은 연신 고맙다 하며 눈을 깜빡였다.


"지하라서 환기 잘하세요. 아닌가 고양이가 들어오려나."

나는 바로 지상으로 연결된 어설픈 창을 보며 말했다.


"고양이는 모르겠고. 작년 여름에 비 엄청 올 때는 비가 넘쳐 들어오더라고요. 그때 막 물 퍼내고 그랬는데 개구리가 저기로 함께 들어왔어요."

"어이구.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일부러 힘들게 잡아서 저기 보이는 물이 있는 흙으로 던져 줬어요. 마음속으로 외쳤죠. 이번 시험 합격 시켜달라고."

저 큰 덩치로 개구리를 살리겠다고 잡으려고,

물이 찬 방을 첨벙거렸을 1퍼센트님을 상상하니, 우스운 마음이 들어 모른 척 짐짓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제비처럼 소원 성취 해줬나요."

"아니요. 떨어졌어요. 고마운 줄 몰랐나 봐요."

"아니에요. 개구리는 제비처럼 날개가 없으니 좀 느리게 올뿐이에요. 올해는 꼭 잘 되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반초 님과 나갔다 오려는데 등 뒤에서 1 퍼센트님이 물었다. "효롱님 오늘 모임 끝났죠?"


"네. 몸조리나 하시지. 무슨 독서모임이에요. 솔직히 우리 모임이 뭐가 있나요. 그냥 앉아서 책 이야기는 조금 하고 아무 말 대잔치나 하고 오는데요."

1 퍼센트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나가는 길에 수줍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좋아요. 뭔가 갔다 오면 가슴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외롭지 않게 또 한 달 공부를 하고 가요."

나는 힘내고 다음 달에 보자며 걸어 나갔다.


독서모임이 뭐라고.


난 쉽게 시작했던 모임이 내 어깨에 매처럼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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