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왔으니...... 저 매장이었나? 하늘의 별이 땅에 떨어져 카페 간판에 박힌 듯 밝게 빛나고 있다.
들어가니 큰 건물 안, 사람들이 밀림 속 나무처럼 빼백하게 차 있었다. 한 아이가 신이 났는지 아슬아슬하게 숲을 달리듯 질주한다. 그러다 결국 반쯤 먹은 커피 잔을 들고 나오는 아저씨를 들이받았다. 플라스틱 커피 잔이 한두 바퀴 공중에서 회전하다 바닥에 뒹굴었다.
화난 아저씨가 쳐다보자 이제야 놀란 아이가 울먹이려는 찰나, 검은색 긴팔 티에 초록색 모자와 앞치마를 두른 여자 직원이 급히 달려왔다. 눈이 큰 여자 직원은 손님에게 자기가 한 일처럼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아이를 진정시킨 후 언제 들고 왔는지 마른걸레로 순식간에 현장(?)을 닦았다.
내가 여기 카페에 온 것은 사실 저 여자 직원 때문이다. 역시나 친절하고 행동도 재빠른 모습이 돋보였다.
"아이스 돌체라떼 그란데 사이즈요. 마시고 갈게요." 나는 주문했다.
급히 직원은 자리로 돌아와 카운터에서 나를 보더니 한번 웃고는 진동벨을 줬다. 나는 자리가 없어서 겨우 구석에 있는 곳으로 갔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다 글을 썼다. 어느덧 시간이 가니 손님들이 빠지고 매장은 그라인더에 원두 가는 소리만 이따금 났다.
"효룡님 죄송해요.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아는 척을 못했습니다." 아까 아이를 달래던 직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아닙니다. 여기까지 산책 나온 김에 둥둥이님 이번 모임에도 안 나오셔서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얼굴도 볼 겸 들린 것뿐입니다."
내가 말을 하자 그녀의 맑은 얼굴에 작은 먹구름이 낀듯했다.
"제가 요즘에 고민이 많아요. 스물여섯이 넘어가서야 뒤늦게 사춘기가 오는 것 같아요."
"일 때문에 그런 건가요? 잘하시는 것 같은데요."
"네. 사실 일은 괜찮아요. 익숙하고 재미도 있고 그래도 다들 일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요. 하지만."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말해보세요. 괜찮아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말이라도 하시면 좀 편하실 수도 있잖아요."
"네. 그게 이제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온 것 같아요."
"어떤 결정이요?"
"제가 사실 대학을 휴학하고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학교로 돌아갈 것인지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해요."
"둥둥이님께서 하고 싶은 것은 뭔데요? 아까 보니 일도 잘하시긴 하던데요."
띠딩. 매장 안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둥둥이님은 잠시 눈 맞춤을 한 후 카운터로 걸어갔다.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려 손님이 받아가자 다시 내 좌석으로 왔다.
"효롱님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일 하는 중이라 길게는 이야기가 힘드네요. 아. 대학으로 돌아가자니 그냥 막막하고 이 일을 계속하자니 사실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엄청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니...... 그냥 요즘 그 생각만 계속 맴돌아요."
그녀는 말을 하고는 어깨를 한번 으쓱 올린 뒤 긴 날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자리를 오래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 마음이 정리되면 모임에서 뵙겠다 말하고 크롬색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긴 테이블 카운터로 돌아갔다
매장이 크다 보니 일하는 직원만 4명이나 되었다.
한 명은 냉장고에 보관된 우유통을 꺼낸다. 다른 한 명은 식기세척기에서 갓 꺼낸 머그컵을 하얀 수건으로 닦는다. 둥둥 님은 다른 직원이랑 웃으며 한참을 이야기하다 작은 접시에 팥이 가득 든 빵을 가지고 왔다.
"효롱님 이것 좀 드셔보실래요?"
나는 접시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 친구가 빵을 좋아해서 같이 만들면서 연구하고 있거든요."
난 은색 포크로 빵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깊숙이 찔러 넣고 맛을 봤다.
"굉장히 훌륭하네요."
나는 팥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둥둥님은 빈 접시를 검은색 쟁반에 담으며 싱그러운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네요. 그래도 열심히 만들어 보고 있던 거예요." 그녀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는 젊음은 있으나 미래를 걱정하고
나는 미래는 있지만 꿈을 걱정한다.
그녀의 미래는 알 수 없는 검은 밤을 걷는 느낌이 나고, 나는 딱 정해진 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 답답한 느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