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글쓰기를 하면 안된다.

#9 우리 동네에 수상한 독서 모임이 있다

by 효롱이

세상은 글보다 돈으로 증명 하기를 원한다.


"효롱아. 너 매일 점심 때 앉아서 뭘하나 했더니 글 적고 있는 거라며."

한창 집값이 쌀 때 주택을 샀다가 꼭지에 파셨다는 계장님께서 소주 잔을 들고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원래 술을 마시지 않는 나이기에 빈 소주잔에 사이다를 채우고 들고 있었다.


"그래 적는거야 좋은거지. 부업, N잡이 네 또래에서는 대세라며. 그런거야? 돈이 좀 되나. 니 예전에 출간도 했다고 들었는데."

"계장님 그건 이제 오래 전입니다. 자기계발서였고, 지금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필이나 소설을 쓰고 싶어서 매일 혼자 연습하는 겁니다."

순식간에 계장님의 눈빛이 빨간 흥미에서 파란 냉소로 변했다.


"뭐? 너 집에 가서도 매일 책 읽고 쓰는 것밖에 안한다던데. 독서 모임이나 뭐나 이런 수상한 모임만 한다며. 쯧쯧 효롱아. 내가 널 위해서 하는 소리인데. 이런 소리 어디가서 해주는 어른 없어. 잘 들어."

계장님은 입고 있던 검은 색 가디건을 벗어 옆 테이블에 벗어 던지고 당선된 정치인처럼 말했다.


"일단 세상은 재능이야. 알아? 재능 말이야. 네가 재능이 있으면 벌써 떴을거야. 연습은 무슨 연습. 모차르트가 어릴 때 연습해야만 작곡 했을 것 같아? 그게 현실인 거야. 설혹 재능이 있어도 넌 늦은거야. 스스로 인정해야해. 국어국문과 나와서 제대로 배운 사람도 힘든 걸. 뭐? 독학? 너 세상 너무 만만하게 보면 안돼. 나니까 이런 말 해주는 거고."

계장님은 어느 사장님이 아랫사람에게 훈계하듯 점점 열정에 휩싸였다.


"그리고 너 내가 집사서 얼마나 번 줄 들었어? 10억이 넘게 벌었어. 정확한 타이밍 이었지."

그는 소주를 한잔 들이키고, 내가 구운 고기를 한 입 먹었다. 눈빛이 우승한 트로피를 보듯 뿌듯함이 꽉찬 소주잔처럼 넘실 거렸다.


"뭐 좋아. 요즘 너네는 연금도 박살나고 물가도 올랐으니까. 뭔가 다른 것을 해야지. 하지만 글쓰기? 요즘 누가 책을 봐. 차라리 유튜브를 하던가 아니면."

그는 오른 손에 소주잔을 잡은채로 왼손으로 엄지와 약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며 말했다.

"돈을 공부해. 주식, 부동산. 이런 좋은 것들 말이야. 알았지?"

그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운지 몇 잔을 더 들이키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코로나가 끝난 건 좋은데 이제 회식이 있으니.......


새벽이 되서야 회식은 끝났다. 코로나로 막혀있던 모임이 풀리니 한맺힌 사람들도 있었나보다. 나는 E성향 넘치는 사람이 아닌지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있다보면 오히려 진이 빠진다. 아니다. 오늘은 꼭 사람들과 있어서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둑어둑한 골목길로 들어간다. 꼭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좁고 아무도 관심없는 길. 하지만 이 곳에도 누군가를 위해 밝혀주는 가로등이 있다. 난 그 불빛을 보며 계속 되새기며 방문을 열었다.

녹슨 철문이 삐그덕 거렸다. 집에 들어와서 적당히 발만 씻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회식 때문에 확인하지 못한 해운대 독서 살롱 단톡방을 봤다.


뭐지. 내가 잘못 본건가. 회원 숫자가 이상하다. 나는 급히 오픈 채팅방 오른쪽 상단을 눌러 멤버들을 확인했다. 근래 들어왔던 인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단톡방에는 해변에 남은 빈 조개껍질처럼 나,분홍,1퍼센트,둥둥만 남아 있었다.

아.......아.......아.......맞구나.....다 나가셨구나.

그래도 이상하다. 온라인 모임이란 것이 원래

나갔다 들어왔다가 잦지만 한꺼번에 이렇진 않다. 뭔가 이질감이 든다. 채팅창에는 대화가 없이 분홍님의 채팅이 하나 덩그러니 앉아있다.

"효롱님 내일 한번 뵐 수 있을까요?"


마음이 답답해져 스마트폰을 엎어두고 손을 뒤척였다. 얼결에 머리 위에 둔 펜이 떨어진다. 검정 펜은 위로 하듯 내 머리맡으로 굴러왔고,난 그렇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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