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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Oct 04. 2020

동경에서

1-1. 프로필 [멈춰버린 손]

내 손이 멈춰 버렸다. 자그마한 내손은 언제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작은 내 손은 대체적으로 무엇이든 잘 해냈다. 특히 예술 쪽 방면에서 손은 능력이 있었다. 

스케치를 하거나 디자인 작업을 할 때면 내손은 나에게 커다란 부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꼼꼼한 내 손은 작은 부엌일에서부터 요리며 청소까지 아주 열심히 멋지게 해내었다.

각종 채소를 작게 썰어 담백한 차항을 만들기도 하고 재료를 얇게 저며 생선과 함께 포근한 오븐구이도 만들어 냈다. 손이 청소를 할 때면 멋들어진 나무 자루 물걸레를 꼭꼭 짜가며 나무 바닥을 말끔하게 닦아내고, 날이 맑은 어느 날도 손은 쉬지 않고 창문청소를 깔끔하게 해내었다. 청소 후에, 손은 원두 콩을 성기게 갈아 뜨거운 물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나에게 제공하여, 난 소파에 앉아 말끔해진 창문 밖으로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이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였다. 손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도 곧잘 구별해 내어 항상 미니멀한 집 상태를 유지하며 작은 내 공간을 쾌적한 상태로 유지해 주었다. 


그림을 곧잘 그리는 손은 쉴 때면 멋진 그림을 한두 장씩 그려내고, 외출을 할 때면 작은 카메라에 끝장나는 사진을 담아내곤 했다. 순간 포착 능력에 내 손은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행을 할 때에도 내손은 쉬지 않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많은 흔적들을 남겨주었고 나는 그 사진과 그림으로 여행책을 꾸려 출판하기도 하였다.


그랬던 손이 지금 무언가를 하기를 거부하며 조용한 쉼을 요구하고 있다. 멈춰버린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난 나의 무기력함을 느꼈다. 달래도 보고 타이르기도 해 보고, 어르고 달래도 보았지만 내 손은 멈추어져 있었다. 

그런 무기력한 손과 나는 동경으로 왔다. 무기력한 손에게 지금부터 다시 말을 건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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