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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Oct 04. 2020

동경에서

1-2. 시작하면서, 일상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 안내서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싶으신가요?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따듯하고 볕이 잘 드는 마당이 있는 집, 

작은 마당이 보이는 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졸리운 듯 하품하며, 

무심하게 고양이가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여름이면 마당을 덮어줄 큰 나무도 한 그루 있었으면 좋겠다.


따듯한 바람이 불면,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로운 동네에, 

가끔은 이웃집 아이의 떼쓰는 소리도 들리는 집이면 좋을 것 같다.


너무 오래돼서,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소리가 나는 나무가 깔려있는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 

한켠의 작은 내 작업 방에는 책 냄새가 가득하고, 

봄에는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에 마음을 뺏겨, 

여름에는 매미 소리에, 

장마에는 뜨거운 빗소리에, 

겨울에는 바람소리가 거칠어 정신을 뺏어가는 그런 집.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에 따라 단지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집을 살고 싶냐고 물었을 때의 대답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은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크기와 가격에 따라 집에 대한 가치가 매겨지는 요즘, 

획일화된 평면을 가지게 된 아파트만 바라는 요즘, 

어떤 집에 살고 싶냐는 물음에 사람들이 어떠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살고 싶은 집이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만 생각할까 봐 두렵기만 하다.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싶으신가요??


2015년 3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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