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시작하면서, 일상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 안내서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싶으신가요?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따듯하고 볕이 잘 드는 마당이 있는 집,
작은 마당이 보이는 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졸리운 듯 하품하며,
무심하게 고양이가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여름이면 마당을 덮어줄 큰 나무도 한 그루 있었으면 좋겠다.
따듯한 바람이 불면,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로운 동네에,
가끔은 이웃집 아이의 떼쓰는 소리도 들리는 집이면 좋을 것 같다.
너무 오래돼서,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소리가 나는 나무가 깔려있는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
한켠의 작은 내 작업 방에는 책 냄새가 가득하고,
봄에는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에 마음을 뺏겨,
여름에는 매미 소리에,
장마에는 뜨거운 빗소리에,
겨울에는 바람소리가 거칠어 정신을 뺏어가는 그런 집.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에 따라 단지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집을 살고 싶냐고 물었을 때의 대답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은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크기와 가격에 따라 집에 대한 가치가 매겨지는 요즘,
획일화된 평면을 가지게 된 아파트만 바라는 요즘,
어떤 집에 살고 싶냐는 물음에 사람들이 어떠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살고 싶은 집이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만 생각할까 봐 두렵기만 하다.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싶으신가요??
2015년 3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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