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루스트 클럽>
삼 년 전, 열일곱의 윤오에게 세상은 막에 쌓인 듯 답답하다. 윤오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랬던 윤오 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나원. 갑자기 삶 속에 들어온 나원에게서는 어딘가 특별한 힘이 느껴진다. 무기력한 윤오를 끌고 지하에 있는 카페로 향한 것도 나원이었다.
카페 안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주인인 오데뜨는 여태껏 만났던 어른들과는 달랐다. 그녀의 공간은 윤오와 나원의 집보다 편안했고 곧 아지트가 되었다. 어느 날 윤오는 학교에서 만난 효은을 카페에 초대한다. 윤오, 나원, 효은까지 이제 세 명이 된 그들은 카페 안 작은 창고에 가림막을 치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다.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가는 어려운 책이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행복한 것 같은 순간에도 그게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기억한다”던 나원의 말처럼 윤오의 이야기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나원은 떠나고 오데뜨가 사라진다. 효은도 다시 만날 수 없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함께 맞춰가던 여름과 가을, 겨울이 산산이 조각나고 마치 없었던 일처럼 지워진다.
“가끔은 그냥 아프기도 해.
후회가 되기도 하고,
막 원망스럽기도 해.
어쩌겠어, 내버려 둬야지.
지나갈 때까지.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 168p
회상이 끝나고. 다시 고흐의 그림 앞에 서 있는 스무 살의 윤오는 아픈 기억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한참 동안 외면해왔던 현실을 다시 감각해내기로 한다. 그리고 열일곱,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장 완벽하게 불완전했던 그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아.
부서진 것을 잇고 싶지 않아.
이제 그만 이 그림을 보겠어.
이제 그만 이 조각들을 보겠어.
도로 문을 닫겠어.
- 12p
하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때가 와.
누가 말했지? 언젠가는, 바로 지금처럼.
- 13p
하지만 이 이야기를 접으면서,
괴로운 일도 괴로웠으니까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중략)
아무것도 몰라 혼란스러운 것이
다 아는 것처럼 정리되어 있는 것보다,
더 살아있는 것 같다.
- 266p
다채 1호는 인터뷰이의 지갑을 통해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각자의 크고 작은 다름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사회를 꿈꿉니다.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