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는 9월
오늘은 19일이다.
지난밤에 바람이 시원해서 방문을 열고 잤었다.
집에 오는 길에 들리던 귀뚜라미 소리는 얼마나 평화롭던지,
한풀 꺾인 더위를 시원해하면서, 지난주 반값할인 하는 인견원피스를 싸게 사서 입고
뿌듯해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난 알뜰한 사람 뭐 그런 생각 하믄서..
중간 얼핏 모기소리가 났고 , 여기저기 물려서 좀 가려워하다가
문득 잠결에 낸 꾀가 선풍기를 틀면 모기가 못 올 것 같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내 몸 쪽으로 선풍기를 돌리고 잤다.
모기는 물리쳤을지 모르나 , 온몸이 으스스한 이 기분
일어나 물을 마시는데 갑자기 추워진다, 감기다.
아침서부터 쌍화차에 생강차에 두통약 온갖 약은 다 찾아먹고
그래도 으슬으슬해서 점심도 거나하게 탕으로 한 뚝배기 하고 나오니
갑자기 파란 하늘에 햇살이 뜨겁다. 양산을 펴야 될 것 같다.
아침에는 추워서 바바리코트 찾다가 점심에는 더워서 양산을 펼치고 싶다니
물건을 이것저것 사서, 여기저기 펼쳐두는 게 꼭 나의 개인적 성향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날씨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기는 데 , 여기 대응하려면 여러 가지 물건이 필요하지 않을까?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생각해 보면 , 보다 깔끔히 지내려면 성질이 아주 더럽게 급해서
추울 때는 번쩍 옷을 꺼내 입고 더워지면 다시 훅 옷을 벗고 접어 넣는
물건정리까지 완전하게 끝내려면 엔간히 부지런하고 급하지 않음 적응하기 어려운 날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빨리빨리를 좋아하고 성질이 급한 것이 이 기후와 상황에 완벽히 적응해 온 결과가 아닐까?
일 년에 사계절이 차례대로 다가오고 그에 따라 사람 많이 사는 대한민국에 각자의 공간은 넓지 않으니
쓰고 닦고 넣고 , 쓰고 접고 넣고 다시 꺼내고 이런 과정들을 내내 하다 보니
급한 성격들만 살아남은 건 아닐까?
전쟁도 있었고 불안한 정치, 경제적 상황도 많았다
그 상황에서 탈출하느라 비약적 발전도 엄청난 변화도 같이 겪었다.
어떤 역사적 상황 속에서는 빨리 대응하지 않음 살아남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으리라
공산당이 점령하면 공산당 국기 걸고, 민주주의가 점령하면 그 국기를 내걸듯이
삶이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계속되는데 , 그 겉을 속을 내내 꾸미고 바꾸고 살아야 생존해 낼 수 있었으니
빨리 바꾸지 못하고 자칫 멈칫거리기라도 하면 바로 미움받고 , 제거 1순위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는 늘 미국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얘기하셨다.
그들이 준 원조 양식과 옷으로 도움을 많이 받으셨고, 큰 병이 나서 수술받는 도움도 받았다고 하셨다.
피난생활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그렇게 얘기하시는 것이 당연하다.
그 뒤의 세대는 미국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의견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방기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우방일 수만은 없는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지도 모르는 대상, 마냥 선망의 대상만은 아니다.
우리 뒤의 세대는 우리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김치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을 어떻게 대할지 궁금하다.
마냥 따라만 하는 세대에서 선도하는 세대로 바뀌었으니 , 시각 차이는 엄정 나게 클 것이다.
간밤 차가워진 바람을 못 느끼고 마냥 시원하다고 생각하다가 큰코다친 나는
갑자기 이 땅의 빨리빨리 문화를 100번 이해하게 되었다.
어젯밤은 빨리빨리 창문을 닫고 잤어야 됐다
앞으로 수 없이 많이 닥치게 될 변화들
나는 그에 발맞추어 변할 수 있을까?
머리가 띵 하다
빨리빨리 사우나 가서 냉기를 쏟아내야겠다.
빨리빨리 빠리빠리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