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함께 애자일을 (6화)
“오늘은 안녕하신지요?”
여러분의 오늘 속에 살고 있는 니체입니다.
지난 만남에서는 '꽃'과 '별'을 추구하는 '어린 아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부심', '자존감', '자신감'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이를 바탕으로 하여, 대표적인 메타인지적 활동인 ‘성찰(reflection)’과 ‘회고(retrospective)’ 중에서도, 특히 ‘성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사실, 성찰과 회고를 다른 의미로 구분하여 사용하기보다는, 유사한 의미로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헌데 저는 이를 다른 관점과 목적으로 구분하고자 하며, 이에 대해서는 차차 말씀을 드리도록 하지요.
지난 만남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성찰과 회고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잘한 점보다는 개선해야 할 점에 초점을 두게 됩니다. 분기나 반기, 혹은 년에 한 번씩 정도로 가끔씩만 성찰과 회고를 하는 경우에는, 아쉬운 점의 개선에 초점을 두는 접근이 우리의 성장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됩니다.
헌데, 이러한 방식으로 일일 또는 주간 단위로 잦은 성찰과 회고를 하다 보면, 바쁜 업무와 관성으로 인해 변화와 개선이 더딘 스스로를 마주하며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잦은 성찰과 회고에 비해 스스로의 변화와 성장이 더디다 보니, 본의 아니게 성찰과 회고의 시간이 '자아 비판'을 하는 괴로운 시간이 되곤 하지요.
성찰의 영어 표현인 ‘reflection’에 포함되어 있는 ‘flect’는 ‘구부러지다, 꺾어지다’의 뜻을 가진 어휘입니다. 즉 성찰(reflection)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다시(re-) 비춰보는(-flect) 것과 같습니다. 헌데 거울은 비춰보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잘생긴 모습을 비춰볼 수도 있고, 못생긴 모습을 비춰볼 수도 있습니다.
한편, 회고의 영어 표현인 ‘retrospective’에 들어 있는 ‘spect’는 ‘보다, 바라보는 관점’의 뜻을 가진 어휘입니다. 즉 회고(retrospective)는 과거(retro-)를 새로운 관점(-spect)으로 다시금 돌이켜보며 통찰을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성찰과 회고를 엄밀히 구분하지 않고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저는 성찰과 회고를 각각 다른 목적으로 구분하고자 합니다. 우선 일일 또는 주간, 월간 단위로 자주 실행하는 것을 ‘성찰(reflection)’이라 칭하고, 이 때에는 아쉬운 점보다는 의지(-심!)를 담아 아쉬운 점보다는 ‘잘한 점’에 보다 초점을 두어 스스로를 칭찬하고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것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게 좋겠지요. 허나 ‘(자)부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너무 과하게 치솟지 않도록, 관점(perspective)을 달리하여 다시금 개선할 점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는 ‘회고(retrospective)’의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성찰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보다는 ‘잘한 점’에 보다 초점을 두어도 전체적으로는 그 균형이 맞춰지게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회고'에 대해서는 다음번 만남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그리고 앞서 언급 드린 바처럼 ‘자부심’은 ‘자존감’과 ‘자신감’의 기초가 되기에, 아쉬운 점보다 ‘잘한 점’에 초점을 둔 성찰을 통해 쌓는 ‘자부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람을 보라>와 <권력에의 의지>라는 저의 저작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사람은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절대로 자기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깎아내리지 마세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비록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자신을 항상 존귀한 인간으로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해 주세요.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이미 그러한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나던 그 순간 만큼은 우리가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을 지라도, 그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의 틀 속에서 재단되고 비교되며,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 받고 사랑 받았던 그 기억’을 까맣게 까먹었을 뿐입니다. 잊지 마세요.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바로,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스스로 잘한 일에 초점을 두고 성찰을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헌데, 솔직히 말해 매일 매일의 성찰 과정에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칭찬할만한 일이 그리 많진 않다고요?
그래서 제가 좋은 팁(tip)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바로 ‘음미하기(savoring)’입니다. 음미하기는 삶에서 접하는 경험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긍정적 경험과 감정들을 만끽하는 심리적 과정을 뜻합니다. 브리안트(Bryant)와 베로프(Veroff)[1]는 이러한 음미 경험을 아래와 같이 1)방식과 2)초점에 따라 2x2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1) 방식에 따른 구분
1-a. 체험적 몰입(experiential absorption)
: 경험에 주의를 집중하며 그에 대한 긍정적 감흥을 충분히 체험하는 과정
1-b. 인지적 성찰(cognitive reflection)
: 경험을 메타인지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정교화하며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2) 초점에 따른 구분
2-a. 자기 내면 초점적(internal-self focused)
: 자신의 내면적 경험이나 감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긍정적인 체험을 하는 경우
2-b. 외부 세계 초점적(external-world focused)
: 외부 대상에 주의를 기울여 그로부터 긍정 경험을 하는 경우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음미하기는 앞에서 살핀 그 체험 방식과 초점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1) 심취하기(Luxuriating): 경험에 수반하는 신체적 쾌감과 정서적 흥분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
2) 감탄하기(Marveling): 경험을 당연한 것이 아닌 놀라운 것으로 여기며 감동하고 감탄하는 것
3) 자축하기(Basking): 경험과 성취에 대해 스스로 축하와 칭찬을 함으로써 자부심을 높이는 것
4) 감사하기(Thanksgiving): 경험을 할 수 있음과 경험을 제공해준 대상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
그렇습니다. 꼭 특별한 경험과 성취를 해야만 칭찬하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음미하기는 특별한 경험과 성취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당연하게 해왔던 것들조차도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닫고 의미를 부여하며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음미하기에 이어 두 번째 방법인 ‘연결하기(connecting)’에 대해 살펴보죠. 오늘의 경험들을 다른 것들과 연결해 보며 그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연결하기는 아래와 같이 그 대상을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 다른 경험과 연결하기
: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경험과 지혜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경험과 지혜가 따로 떨어져 있으면 별게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때론 이러한 것들이 연결될 때 새로운 가치와 의미로 다가오게 됩니다.
2) 관계와 연결하기
: 우리는 단절된 섬이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나의 경험이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과 그 관계 속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가깝게는 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수행한 업무나 경험으로 인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3) 삶의 목적/의미와 연결하기
: 우리는 지난 만남에서 ‘정신 모형 II’와 삶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 나눈 바 있습니다. 이를 잊지 않고 늘 상기하며, 오늘의 경험을 이와 연결해 보는 것도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심리학이나 인적자원개발(HRD)을 공부하신 분들은 쉽게 눈치 채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위의 ‘연결하기’는 브제스니에브스키(Wrzesniewski)와 더턴(Dutton)[2] 교수의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의 세부 개념인 1) 과제 크래프팅(task crafting), 2) 관계 크래프팅(relation crafting), 3) 의미 크래프팅(meaning crafting)과도 유사합니다. 참고로, 잡 크래프팅은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 자신 스스로의 동기부여를 위해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나 관계의 범위와 의미에 대해 스스로 주도하는 물리적 또는 인지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연결하기’는 뿔뿔이 흩어져 있던 경험들을 꿰어내는 ‘디아스포라(Diaspora)’적인 작업입니다. ‘디아스포라’는 '~너머'를 뜻하는 '디아(dia)'와 '씨를 뿌리다'를 뜻하는 스페로(spero)가 합성된 단어로,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기도 했으며, 후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의 경험 역시 각각 독립적으로 흩어져 있는 다양성임과 동시에, 이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의미와 가치, 목적을 공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 놀이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한국어, 특히 신조어에 익숙지 않아 ‘부캐’가 무슨 뜻인지를 찾아보니 ‘부(副) 캐릭터’의 준말로, 본래 온라인 게임에서 널리 사용되던 용어라고 하더군요.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본(本)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보조적인 캐릭터를 지칭하는 것으로, 요즘에는 '평소의 나의 본 모습(본캐)이 아닌 새로운 모습(부캐)로 활동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부캐’ 놀이도 나를 ‘부캐’로 뿔뿔이 흩트려서 각각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다양한 모습을 탐색하면서도, 동시에 그 이면에는 이러한 다양성들을 관통하는 삶의 의미와 목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고자 하는 ‘디아스포라’적인 여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제안 드리자면, 이러한 ‘음미하기’와 ‘연결하기’를 활용하여 성찰한 내용들을 꾸준히 기록해 보셨으면 합니다. 자신이 잘한 점을 쓰는 동안 힐링(healing)과 자부심을 좀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인간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에 과거의 기록들을 보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기억과 감정(자부심)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아빠가 자녀들과 친한 기억이 별로 없는 이유 중 하나가 가족 사진에서 아빠만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더군요(사실은 아빠가 사진을 찍어 주느라 사진 속에 없었던 거지만!). 인간은 과거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기에 사진과 같은 파편들을 가지고 과거 기억의 퍼즐을 맞추는데,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기억은 약화되고, 반대로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면 그 기억은 오히려 실제보다도 더 강화된다는 것이 그 근거였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지만 말고, 셀카 모드나 삼각대와 타이머 기능을 활용하여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모습을 사진에 남기라는 것을 제안하면서요. 물론, 사진만으로 가족 간의 친밀감의 기억이 결정되겠습니까만은, 남겨진 기록들이 그와 관련한 기억들을 강화하는 것만큼은 사실인 듯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일상 속 자부심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때때로 이를 추억하며 더더욱 스스로를 사랑하며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위버멘쉬의 힘을 발휘해 봅시다.
오늘은 우리의 삶을 보다 충만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메타인지적 활동인 ‘성찰’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성찰’과 조금 다른 목적으로 구분하고자 한 ‘회고’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이야기를 좀 더 나눠봅시다.
여러분의 경험이 보다 충만한 삶으로 이어지길 응원 드리며, 교육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의 격언으로 이만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이상, 과거에 살았던 니체가 아닌 여러분들의 오늘 속에 살고 있는 니체였습니다. 늘 그렇듯이 여러분의 행복과 안녕을 빕니다!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것을 성찰함으로써 배운다.
We do not learn from experience.
We learn from reflecting on experience.
[1] Bryant, F. B., & Veroff, J. (2007). Savoring: A new model of positive experience. Mahwah, NJ: Lawrence Erlbaum.
[2] Wrzesniewski, A. & Dutton, J. E. (2001) Crafting a job revisioning employees as active crafters of their work.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5, 179-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