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스티커의 함정

무엇을 칭찬하고 있습니까?

by 로지

'참 잘했어요.'

누구나 한번쯤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달리기를 꼴찌로 들어와도 '참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준다. 진짜 잘한걸까? 무엇을 잘했다는 걸까?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는 잘못된 적응적 성과에 관한 사례가 나온다. 말이 너무 어렵다. 이는 보상의 대상이나 방법이 잘못되었을 때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때는 1800년대. 인도가 식민 지배를 받을 당시 영국 정부에서는 코브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코브라 사체에 포상금을 내건다. 처음에는 의도대로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달랐다. 일부 발빠른 사업가들은 포상금으로 돈을 벌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농장을 만들어 코브라를 키워서 사채로 돈을 받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결국 정부는 사태를 파악하고 포상금 제도를 없애버렸다. 돈벌이가 끝이 난 사업가들은 코브라를 그냥 내다버렸고, 최종적으로 도시에 코브라 개체수는 늘어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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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스티커를 아는가? 포도송이 모양이거나 정방형 네모칸에 착한일을 하나 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채우도록 만들어져있다. 경우에 따라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칭찬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지 적어놓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착한' 행동을 했을 때 붙여준다고 설명하고 만다.


아이의 바른 습관과 행동을 유발하기 위한 칭찬스티커를 집에서 해 본 적이 있다. 예쁘게색색 칸을 만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스마일 스티커를 구입하고는 설명을 한다. "쌩쌩이가 착한 일을 하면 여기에 스티커를 붙이는 거야. 이만큼 다 붙이면 쌩쌩이랑 엄마랑 데이트 할꺼야."


당시에 코브라 효과를 알았다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 이제부터 상상해 보라. 우리집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처음에는 아이가 의도대로 했다. 놀던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을 때 칭찬 스티커를 빌미로 정리정돈을 유도할 수 있었다. 달콤한 사탕을 하나만 먹기로 약속하고 지켰을 때도 칭찬스티커를 받았다. 엄마의 집안일을 돕겠다며 빨래를 함께 개고(갠건지 구긴건지는 비밀이다) 청소를 도왔다. 한 번의 스티커판이 채워졌다. 아이는 뛸 듯이 기뻐하며 엄마와의 외출을 즐겼다.


부작용은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두번째 판을 바라본 아이는 갈길이 멀게만 느꼈던 것 같다. 빨리 엄마랑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이제 스티커 판은 시작이다. 고민을 하던 아이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간다. 아무 문제없이 먹을 수 있는 저녁 식사에 조건이 붙는다. 잘 먹으면 스티커 줄꺼야? 스티커 하나. 과자 안 먹으면 스티커 줄거야? 스티커가 점점 협상의 빌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안 보는 사이에 서랍을 열어 스티커를 빼낸다. 눈치못채게 하나만 붙이려다 재밌어서 다 붙이고 만다.

의도치 않은 상황은 또 있다. 엄마의 협박이다.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스티커 하나 뗄꺼야.' 약속 상황에 없던 조건들이 붙기 시작했다. 진흙탕 싸움이 따로없다. 이쯤되면 의문이 든다. 무엇을 위한 칭찬 스티커일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순간 칭찬스티커는 사라졌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지적해야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떤 행동은 위험해서, 어떤 행동은 예의바르지 않아서, 어떤 행동은 그냥 나쁘니까. 거기에 부모의 육아관까지 투영되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루 종일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환경이 지속되다보니 칭찬스티커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이에게 얼마나 칭찬을 했을까?'



"상대를 지적할 때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까?
그리고 상대를 칭찬할 때는 어떻습니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칭찬을 할 때에도 지적을 할 때만큼이나
사실관계 이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실리콘벨리의 팀장들> p. 89




훈육의 방법과 태도에 대한 책은 많이 있다. 감정을 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명확하고 단호하게. 훈육이 필요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라. 등등... 덕분에 부모들은 훈육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편이다. '바람직하게 훈육하고 있을까?' '남들은 어떻게 할까?' 비교가 늘 좋은 것은 아니지만 육아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배울 기회가 생기기도 하니 늘 기웃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살핀다.

그럼 칭찬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민할까? 어떻게 하는 칭찬이 진정한 칭찬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힘겨운 육아 상황에서 바르게 잡아주기만도 벅찬데 칭찬까지 고민할 여유는 없다. 어쩌면 올바른 훈육보다 더욱 중요한 건 바람직한 칭찬이 아닐까? 그냥' 잘했다.' '아이구 착하다.' 가 아니라 구체적인 칭찬이 필요하다.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라. 말이 쉽다. 아이가 셋이면 잘했다 한 마디 해주는 것도 세 번을 반복해야한다. "우와 잘했네." 한 마디에 "나는 칭찬 안해줘?" "으으으으??" 하는 다른 두 아이가 따라온다. 잘했다가 아니라 노력했음을 칭찬하라. 불행히도 그것조차 쉽지않다. 평생 과정에 대해 칭찬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게 쉽게 될 리가 있는가?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그래서 생각한 게 칭찬포스트잇이다. <칭찬샤워>에서 얻은 팁이다. 아이에게 칭찬할 거리를 포스트잇에 쓴다. 주인공을 가운데 두고 가족모두가 가득히 포스트잇을 붙여주며 칭찬을 하는 것이다.

오늘을 예로 들면 '엄마는 생각도 못했는데 과제를 혼자서 더 해보겠다고 시도했어. 완전 멋졌어. '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하면 된다는 걸 스스로 알아차렸어. 포기하지 않는 쌩쌩이가 정말 대단해.'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냈어. 최고야.'

아직 아이가 어리기에 보물찾기에도 응용한다. 칭찬거리가 있으면 생각났을 때 포스트잇에 구체적으로 적는다. 이렇게 쓴 포스트잇을 한 번 읽어주고 꼭꼭 접어 숨긴다. 보물찾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아이는 포스트잇에 적힌 칭찬 문구가 마음에 드는 눈치다. 보물을 찾았을 때 표정은 다른 보상보다도 밝다. 게임도 하고 칭찬을 두 번 해주는 효과도 본다.


물론 매번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글을 쓰면서 괜시리 찔리는 건 오늘도 '잘했네' '착하다'로 끝내버린 칭찬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쓰는 이유는 한 번이라도 더 구체적으로 칭찬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간혹 여유가 되는 날은 놓친 칭찬거리를 생각하고 일부러 불러 앉힌다. "오늘 칭찬거리가 이만큼있었어." 하며 눈을 맞추고 들려준다. (엄마가 불러 앉히는 것이 혼낼 때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욕심도 깔렸음을 고백한다.)


많은 엄마들이 칭찬스티커를 사용한다. 어린이집에서 사용할 때와 많이 다르다는 걸 해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스티커 하나를 붙이는 행위로는 칭찬을 대신할 수 없다. '잘했다'보다 훨씬 결과에 집착하게 만들고 만다. 대안으로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힌 칭찬포스트잇을 활용해 보길 권한다.

오늘은 아이들 칭찬거리를 포스트잇에 써서 현관문에 붙여두고 오고갈때마다 읽어보기를 해볼까 한다. 아이들 마음에 기쁨이 한 뼘자라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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