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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01. 2022

아빠가 미안해


아들 요한이 이마가 시퍼렇다. 식탁 의자에서 떨어졌다. 아내 에미마는 나의 늦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내가 요한이를 보고 있겠거니 했다. 요한이가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내 눈은 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엇인가 할 일이 있어 작은 방에 갔을 뿐이다. 엄마 아빠가 보지 않을 때 식탁 의자를 딛고 식탁 위로 올라가는 게 문제지, 원래 식탁 의자 정도야 요한이가 평소에도 혼자서 잘 오르락 내릴 수 있다. 요한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식탁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에 이마가 부딪혀 깨졌다.


에미마는 요한이 다친 데가 머리라 걱정한다. 다다음 날 스튜디오에서 지난번에 못한 야외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사진이야 나중에 찍어도 되고, 안 찍어도 되고, 그냥 시퍼런 이마로 찍어도 되는데 말이다. 요한이가 많이 울었지만,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요한아, 아빠가 미안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마가 여전히 시푸르 딩딩 했다. 요한이가 특별히 아픈 데는 없었다. 다행이다. 사진촬영은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부모님 왕대추농장 수확을 도와드리러 논산 시골집에 내려가야 해서 일정을 미루기도 그랬다.



퇴근을 하니 아들 요한이가 언제 다쳤냐는 듯이 밝은 미소로 나에게 달려와 재롱을 떤다. 요한이가 막 태어났을 때는 요한이가 시무룩하고 내가 재롱을 떨었는데, 이제 요한이는 아빠에게 재롱을 떨 만큼 컸다.



밥 먹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와서, 요한이를 재우러 침실에 들어갔다. 어떤 날은 분유 먹으면서 바로 잠들고, 어떤 날은 분유 먹고 쪽쪽이를 물다가 잠에 들고, 어떤 날은 잠에 절반만 부분마취되어 취해 자지도 서지도 못하고 한창 뒤척이다 잠에 든다. 졸린데 잠이 오지 않는다. 나도 그런 날이 있는데, 요한이에게 그런 밤이다.


잠이 솔솔 올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잘 잔다. 보통은 팔 베개를 해 주어야 잠을 잔다. 팔을 뺄 타이밍은 완전히 잠에 들어 세상이 떠나가도 모를 때이다.



요한이가 먼저 잠에 들고, 나는 마루에서 폰으로 글을 쓰고, 아내 에미마가 잠에 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내 에미마가 자라고 재촉하지 않고, 내가 밤늦도록 글을 쓰도록 놔둔다.


나도 따라 자려고 방에 들어가 아들 요한이 옆에 아내 에미마 옆에 누웠는데, 잠은 오지 않고 글이 떠 오른다.


곤히 잠이 든 아들과 아내를 두고, 작은 방 침대에 누워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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