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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다녀왔다

by 최다함



- 오빠, 우리 지금 에 가.


아내 에미마의 산에 간다는 말은, Mt. 산⛰️에 간다는 뜻이 아니라, 에스더를 만나러 간다는 의미임을 알 수 있었다.


처가의 온 가족이 큰길로 나가 시내버스를 탔다. 큰길은 더 큰길로 확장을 위해 공사 중이다. 우리는 전철이 들어오면 동네가 달라지듯, 기차 전철이 없는 여기는 길이 넓어지면 동네가 달라지나 보다.



시내버스를 타고 울퉁불퉁 먼지 날리는 길을 달려 인적이 뜸한 곳에 내렸다. 산이 아니라 강이었다. 강변에 나란히 서 있는 십자가 묘비석 몇 개를 지나 에스더의 묘비석 앞에 섰다.


장모님께서 먼저 묘비석을 붙잡고 우시고, 장인어른께서 그 뒤를 이으시고, 에스더의 아빠인 아내 에미마의 오빠는 주저앉았다. 함께 울고, 함께 기도하고, 에스더의 무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작년 조카 에스더가 세상을 떠났다. 에스더에 대해 굳이 함구하지도 흔적을 애써 지우지도 않지만, 이제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지낸다.


에스더가 세상을 떠나고, 멀리 흩어져 사는 처가 가족이 처음 모여, 에스더에게 갔다. 에스더 앞에서 이제는 마른 눈물을 다시 흘렸다.



에스더는 멀리 떠났다. 우리에 마음과 기억 가운데 여전히 함께 하지만, 에스더만 붙잡고 슬픔 가운데 살지는 않는다.


남아 있는 가족은 각자의 삶을 살며, 서로를 사랑하며 다시 웃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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