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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시골에 있는 3층 집은 얼마예요?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내 집 마련

by Dahi

요즘은 어딜 가든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부부는 6년 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 월세를 살았다. 처음엔 대학가에 잡았던 남편의 자취방. 호주 워홀을 마치고 여행을 하다 돌아온 탓에 모아둔 돈은 거의 없었다. 한 주택의 2층에 위치한 투룸, 보증금 300에 월세 30이었다. 높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마저도 생활이 빠듯했던 건, 첫 1년은 남편 비자문제로 두 달에 한 번씩은 계속 해외를 나갔다와 야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떻게 그 시간을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처음 3년은 그 집에서 지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나름 만족스럽기도 했지만 돈을 모을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 3년이 다 되어가던 즈음에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겨울만 되면 외투를 입고 지내는데도 엄청나게 나오던 난방비. 그리고 부쩍 자란 우리 두 강아지들 때문이었다.


항상 한국에서 오래 지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이사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가야만 했다. 이사를 하기로 결정을 한 뒤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모아둔 돈이 거의 없었기 때문. 첫 1년은 앞서 말한 이유로, 두 번째 해에는 강아지의 인대수술 등 잦은 동물병원 내원과 아! 남편 오토바이를 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커버할 결정적인 이유는 수입이 많지 않았다. 프리랜서인 남편의 수입은 매달 들쑥날쑥했고, 나는 카페에서 일을 하며 생활비를 메꾸고 있었다.


이사 결심을 한 뒤 6개월 동안 1200을 모았고, 가지고 있던 돈을 보태어 이사를 했다. 대형견 두 마리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월세는 많지 않았지만 운이 좋게도 1500에 20인 집을 찾았다. 살짝 도심과는 떨어져 있지만 조용해서 강아지들과 지내기 좋을 것 같았다. 집은 전에 살던 곳보다 넓고 깔끔한 빌라였다. 집이 산 바로 앞에 있어서 정면은 1층이지만 뒤쪽은 반지하인 구조. 살아보니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했다. 다만 문제라면 습기가 많아 여름이면 집안 곳곳이 곰팡이 투성이었다. 아주 큰 단점이긴 했지만 이 가격에 이런 컨디션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집에서 1년 정도 살다 보니 남편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포르투갈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우리는 고심 끝에 이민을 가기로 결정을 했다. 남편과 나, 그리고 대형견 2마리. 그때부터 우리는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한국 내 집마련은 불가능이라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르투갈 시골은 도전해 볼 만했다. 이민을 결심하고 1년 뒤, 남편은 강아지 한 마리와 먼저 포르투갈로 떠났다. 두 마리 개와 모두가 한 번에 갈 엄두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포르투갈에 간지 몇 개월 째, 나는 한국에서 여전히 일을 하며 조금씩 이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남편은 이곳저곳 집을 부단히 보러 다녔다. 우리의 예산은 50,000유로, 한국돈으로 7,000만 원가량 되는 돈이다. 어느 날 남편이 보내준 사진을 보았다. 포르투갈에서도 저렴하게 내놓은 집. 그동안 여러 집을 봤지만 이 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마당이 있는 집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칠천만 원으로 마당까지 원하는 건 무리. 일단 그 집으로 하기로 하고, 남편에게 내가 가진 모든 돈을 다 보냈다. 조금 모자란 건 은행에서 빌렸다. 나중에 집 보증금을 빼서 메꿀 작정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지난 7월 중순, 나는 포르투갈에 왔다. 집 계약을 한지 몇 개월 만에 처음 와보는 내 집. 남편이 보내준 영상과 사진은 자주 보았지만 직접 마주한 집은 굉장히 어색했다. 남편과 나의 공동명의. 드디어 내 집이 생겼다. 그것도 포르투갈에.


2편에서 계속-


[포르투갈 일상은 유튜브 - 다람희daram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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