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밤일기 Aug 09. 2018

[출간 이야기]원고 투고의 결과

꿈 같았던 일주일

"아, 작가님이십니까? 여기 도서출판 XXX 입니다."


오랜만에 집에 놀러 온 친구와 한 잔 하겠답시고 판을 벌리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 급하게 종이를 가져다가 전화 내용을 메모하며 가출하려던 정신을 붙잡아 집어넣었다.


여행 에세이 시장이 많이 좁아진 것은 맞습니다만. 
이 원고라면 본전은 뽑아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며 메모하기를 여러 번. 이 출판사의 편집장님은 어떤 확신에 가득 찬 채 이런저런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다. 가만히 마음을 추스르며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완전히 기획출판이라기보다는 반기획출판의 형식을 이야기하기에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다고 해서 내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이 방식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조금 더 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서점에 갔고 출판사 목록을 수집했으며 원고 투고를 검색해 투고를 받고 있는 출판사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면서도 '지금 내가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서점까지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왕복 두 시간 정도의 거리를 얼마나 자주 왔다 갔다 했던지, 여행 에세이 코너의 신간이란 신간은 다 섭렵할 정도였고 더 이상 새로운 책들도 보이지 않았다. 무턱대고 모든 출판사에다가 원고를 투고할 수는 없었다.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내 글을 아껴주는 곳이 아니라면 출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글을 아껴줄 수 있는 곳, 디자인이나 편집이 마음에 드는 곳(이런 부분도 놓칠 수는 없었다), 그런 곳들을 찾다 보니 하루에 한두 개의 출판사를 발견하는 것도 힘들었던, 어느 날이었다.


또다시 서점에 들렀다. 오늘도 비슷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신간을 찾았고 그날 눈에 확 들어오는 신간 하나를 발견했다. 조금 생소한 출판사였으나 검색해보니 여행 에세이 분야의 책이 많지 않았을 뿐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펼쳐들었다. 내용을 훑어보니, 참 다정하고 좋은 글들과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날은 오로지 그 출판사의 이름만 기억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그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금요일이었다.

주말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월요일이 되어서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아, 이번에도 거절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지레 포기하려던 와중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
"여기 도서출판 XXXX 입니다."


투고했던 그 출판사였다. 사실 그날 통화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투고로 들어오는 원고가 수십 개라며, 그중 눈에 띄어 연락해 보았다는 그 말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민되는 지점이 있으니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결정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채 전화를 끊었다. 반기획출판을 제안하지 않았고, 자비출판을 제안할 생각도 없다고 하셨다. 책을 만들면 그 어디보다 예쁘게 만들 자신이 있다는 말과 함께 기획출판을 조금 더 생각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눈 상황이었다.

알겠다고 대답한 채 전화를 끊었다. 곧장 내가 할 수 있는 제안들(그 불안함을 채울 수 있을 만한 제안들)을 짜내 문자로 전송했다. 괜히 긴장되어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리고 그때였다. 또 다른 출판사에서 문자가 왔다.


"XXX 출판사입니다. 지난번에 투고해주신 몽골 여행기, 계약 완료되었습니까?"


꿈인가?



순간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이후 메일함을 확인했다.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보내주신 원고를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추후 계약 관련해서 전화드리겠습니다."


이쯤 되어서야 이게 정말 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꿈은 아니었고 착각은 더더욱 아니었다. 얼떨떨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또 다른 출판사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한 후 추이를 보고 종이책 출간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또다시 출간 관련 메일이었다. 정말로, 아주 행복한 꿈을 꾸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이전 05화 [출간이야기]하루만에 온 연락과 또다른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