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나요?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지고 나니 회사 밖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애써 무언가 모임에 참여해야했다.
그리고 연애를 위해서 가장 빠른 방법은 소개팅이었다.
여러 차례 소개팅으로 사람을 만나보았고 매번 나를 소개하는 과정이 참 면접같다는 생각을 했다.
잘 되지 않고 나면 역시, 난 소개팅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며
또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재밌다고 생각하며 오랜 기간 소개를 받지 않기를 반복했다.
그래서일까, 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게 봄 아니면 겨울이다.
연 단위로 만나는 친구들과의 약속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제가 소개팅인데.
문득 처음 만났던 분은 목표가 뚜렷하셨지, 하고 회상해보니
그 다음 사람도, 또 그 다음 사람도 가깝거나 먼 미래에 하고싶은 것들을 나에게 말했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럼 나도 말했으려나? 아마 그랬을지도. 근데 뭘 말했더라?
그래서 지금은 그것들을 다들 이뤘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스스로 성취지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언젠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에 대해 말했더니
"아, 작은 성취를 느낄 수 있는 활동들을 하시네요" 라는 대답을 들었다.
돌아보니 정말로, 무언가 결과물이 생기거나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 때 기분이 좋았다.
퇴사를 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불쑥 일상에 목표나 성취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시간을 떼우듯이 보낸다고 느껴져 당장 뭘 해볼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마음은 증량하고 몸은 감량하는, 독서와 운동을 선택했다.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시야를 조금이나마 넓혀보는 일. 그리고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해보는 일.
언제 새로운 성취를 찾아 눈을 돌릴진 몰라도, 아직은 순항 중이다.
단기 목표나 계획을 세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단 얼마간의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내뱉은 말을 지키고 싶어서 또 되뇐다.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근데 먼 미래에 하고싶은 일? 언제나 장기 목표는 어렵고 불투명하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눈은 반짝거린다.
전 회사에서 만나뵈었던 한 대표님의 눈이 그랬다.
저화질의 화상회의 화면을 뚫고 나오는 반짝거림을 잊을 수 없다.
소개팅으로 만났던(..) 그들의 눈도 그랬다. 진짜 이루고싶은 목표들을 말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나는 그 때 뭘 말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나도 눈을 반짝거리면서 뭔가를 말했을까? 그 때는 장기였을까, 단기였을까.
그들이 그것들을 이루었는지 궁금해하다 결국, 또 내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