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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계속 그리자


"연작은 사람이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삶 자체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변주이다. 계절은 운율처럼 반복된다. 하루하루 새로운 날들은 새벽에서 새벽으로 펼쳐지는 캔버스를 제공한다. 하루하루가 똑같이 똑딱거리며 지나간다. 

이런 일관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하루를 마음대로 보낼 무지막지한 자유가 있다. 

전날과 다름없이 침대에서 사무실로 직행해 점심 먹고 지하철 타고 집에 와서 TV 보고 다시 침대에 든다고 생각하지만, 우린 그 틀에 박힌 궤도에 뭔가 작은 변화라도 끌어다가 끼워 넣는다.

 예술은 이런 특별한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삶을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이게 바로 그림일기 만들기의 예술이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마어마한 힘이 된다. 그건 과거에 어땠는가가 앞으로도 꼭 지속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 준다.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고 샛별은 여전히 떠오를 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관성도 있어서 혼돈에 빠져 제정신을 잃을 염려도 없다. 

그림일기에는 한결같음에서 오는 안정과 변화에서 오는 희망이 있다."



창작 면허 프로젝트/ 대니 그레고리, page 92,93



2020년 10월 24일은 매일 그리기를 시작한 지 10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100일은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숫자였는데 훌쩍 시간이 지나서 1000이라는 숫자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블로그 카테고리에 ‘매일 그리기 프로젝트 100일’,  ‘매일 그리기 프로젝트 200일’ 이렇게 100일씩 계속 늘어갈 때마다 내가 언제까지 매일 그리기를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계속하고 싶은데 자유 의지를 믿을 수가 없어서 그다음을 이어가기 위한 연결고리들을 찾았습니다. 미뤄두었던 그림 수업을 듣고, 그림에 관한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누군가 추천한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다가온 매일 그리기 프로젝트 1000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들이 일기는 아니었지만 대니 그레고리가 말하는 그림일기의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한결같음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었고 이 그림들이 쌓여서 인생의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니 계속 그립니다. 덕질도 한 번 안 해본 제가 인생 처음 삽질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파고들 수 있는지 보렵니다.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경험,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 순수한 몰입, 외부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 삽질의 조건이다. 실컷 빠져들 만큼 재밌다는 점이 놀이하고도 닮았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직접 해봐야 안다. 구경꾼은 절대로 그 맛을 알 수 없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무루, pag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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