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끈

12 나를 살게 한 끈들.

by 이단단

우리는 스물네 시간 동안 여러 가지 끈을 잡을 수 있다. 나를 살게 한, 혹은 점점 죽어가게 만든 여러 가지 끈들이 있지만, 그중 내 삶에 가장 중요한 끈들에 대해 쓰고 싶다.


먼저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숙고하여 고른 끈을 질끈 잡아본다. 밝게 빛나는 햇살에도, 화를 잔뜩 품은 먹구름 아래에서도 나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끈을 잡을 수가 있다. 일어나서 처음 잡아보는 것은 ‘새로움의 끈’이다. 인간은 전날 무슨 말을 하고, 생각을 했건 간에 잠에 들고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아침에 새로 만들어지는 자연의 섭리가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인간도 결국 자연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새로 태어나는 느낌을 아침에 일어나는 매 순간마다 느낀다.

‘나는 오늘 아침 새로운 끈을 잡고 다시 태어났다.’


‘넌 오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고귀한 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


이게 바로 내가 처음 잡는 희망의 끈이다. 살아있음을 나의 온몸이 느끼게 하는 것. 어떤 날에는 데이(Day. 주간 근무) 라 새벽 일찍 출근을 목전에 둘 때도 있지만, 마음이 아무리 급해도 이 의식만은 놓치고 싶지가 않다. 누워서 몇 분 동안 자신을 느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이 의식을 통해서 나는 나의 존재를 확인받는다.




두 번 째는 바로 쓰기의 끈이다. 앞서 소개한 끈에 이어 나에게 두 번째로 소중한 끈. 마음속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나에게 쓰기의 끈을 잡는 일은 기계의 본체에 환풍구를 만들어 놓는 일과 같다. 쓰기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정제되지 않은 감정 덩어리를 소분해 주는 소중한 행위이다.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치일 때, 감정이 뭉치고 뭉쳐서 가슴을 짓누르는 일이 극한에 치닫게 되면 나는 책을 깊이 탐독하고 미친 듯이 글을 쓰게 된다. 바로 이런 행위를 통해서 감정의 밸런스를 찾아가게 된다. 어느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친 상태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상하게 찾지 못했던 답은 글을 쓰다 보면 찾아지게 되고 마음이 안정되게 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받는 우울하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내가 아닌 묵묵히 글 쓰는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 같다.


내가 안정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그런 이유에서 누군가 앞으로 인생에서 어떤 뿌리를 내리고 싶냐고 내게 물어본다면 먼저 글쓰기의 뿌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그러면 언젠가 튼튼한 나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정없이 부는 바람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나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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