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밤공기>
병원에 도착해서 그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공간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상하리 마치 무거운 공기가 사람을 누르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잠시만 머물러도 피곤해지는 곳이다.
나는 병실문을 조심히 열었다. 그가 침대에 누워 잠들어있었다. 팔에는 주사 바늘이 꽂혀있었고,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있었다. 그의 모습을 직접 보고 있자니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움직이지 않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얼굴도 부어있어 그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아보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었다.
깨어나지 않는 그의 손을 잡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정원아 내가 미안해. 너 이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널 원망했었어…“
” 나 때문이야. 내가 니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잠든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조용히 병실을 나오려는 찰나 그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지우야.”
평소와 다른, 목이 쉰듯한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진 얼굴로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나 왜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
쓰러진 이후로 아무 기억이 없는 듯 그는 말했다.
“아무 기억도 안 나? “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의 품에 얼굴을 대고 눈물만 흘렸다.
그는 쓰러지기 직전에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고, 구토를 심하게 했었다고 했다. 그러곤 손쓸 새도 없이 쓰러져버린 것이다.
나는 다시 돌어가 그의 옆에 앉았다. 힘들어하는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곧 의료진이 들어와 그의 상태를
체크하고 진통제를 추가로 투여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난 네가 나를 버린 줄 알았어. 연락이 안 돼서 말이야. 이게 바로 잠수이별이라는 건가 하고 생각했었어. “
”근데 이게 뭐야. 이렇게 아픈 줄 알았으면… 널 원망하지도 않았을 텐데..”
나는 그에게 투정 부리듯이 그간 힘들었던 일들에 대해 하소연을 했다.
”잠수 타는 건 네가 전문이지. “
그는 목소리 내기가 힘든 듯 나지막한 소리로 얘기했다.
”사실 다 얘기하지 못했지만, 나 군대 갔을 때 답장 한번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
”그리고 툭하면 연락 안 받고 한참만에 다시 연락하고, 그때마다 나 정말 황당하고 마음이 안 좋았어. “
”그건…… 정말 미안해. 내가 너 힘들게 한 거만큼 더 잘할게.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일 절대 없을 거야.”
“또 모르지.. 너는 언젠가 나에게 마음이 떠나면 또 훌쩍 사라질 것 같아서 불안해.”
그의 마음을 듣고 나니 이때까지 참아주고 기다려준 그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나도 며칠 동안 너랑 연락 안 돼서 그 답답하고 황당한 마음 조금 알게 됐어.
”그 여자분은 잘 만났어? “
나는 그에게 제일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응 만났어. 그분도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얘기하고 헤어졌어. 나의 상황을 이해해 주셔서 다행이었어. “
”부모님들께는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얘기하기로 했고. “
“난 예전부터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계속 그랬어.”
갑작스럽게 그가 좋아진 나와는 다르게 계속 나를 좋아해 줬다는 그의 말이 감동이었다.
이제 내가 먼저 그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그의 옆에서 언제까지라도 함께 할 것이다.
“정원아 우리 함께 하기로 한 거 많았잖아. 너 얼른 회복해서 같이 하자.”
“그래 회복되면 꼭 다 하자.”
“지우야. 나 쓰러지는 순간 너 생각했어. 우리 지우 어떻게 하지 하고 말이야. “
”내가 이렇게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지우야 사랑해. “
”응 나도 사랑해. “
“4월 밤이 되면 또 너랑 손잡고 밤공기를 즐길 거야. 4월의 밤공기는 너처럼 촉촉하고 부드럽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거든.”
나는 그를 사랑한다.
다정하고 정이 많은 그를 사랑한다.
이기적인 나의 마음을 받아준 그를 사랑한다.
나에게 사랑을 알게 해 준 그를 사랑한다.
까다로운 그의 식성도,
흐릿한 시력도,
예민하게 곤두서있는 그의 신경세포들조차 모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