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예쁜 여자, 코꼬뜨(Cocotte) -2부-

Special Manual for Idiots.

by 벗곰

‘형, 우리 학교에 존나 이쁜년 하나 있음, 대박.’



돼지 같은 동생 놈이 밥을 처먹다 말고 이야기를 꺼냈다. 뭔 소리인가 했더니 자기 다니는 의과대학에 종종 출몰하는 어떤 이쁜 여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뭐 무슨 과라더라, 유명하다고 했다. 여배우 지망생이라는 소문도 있고, 부잣집 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흥.


나는 비웃었다. 아무튼 내 동생은 공부만 해서 그런가, 저 오덕새끼 진짜 순진한 구석이 있다.


‘야, 시발 그런 년들 룸빵 가면 널렸다.’

‘아 시발, 너야 그렇지.’


동생이 툴툴거렸다. 저 새끼는 대가리는 좋아서 의대는 들어갔는데, 문제는 키가 나보다 한 뼘이나 작다. 아버지를 쏙 닮아서 뚱뚱하다. 벌써부터 이마가 휑하다. 아버지는 이마가 넓으면 관상학적으로 부모 복이 있는 팔자라고 동생을 위로했다. 아버지는 부와 머리숱을 교환했다. 그 악마와의 거래로 우리 집은 밥 좀 먹고 살게 되었다. 솔직히 제법 살지.


아무튼 그에 비해 나는 키도 크고 어머니를 닮았다. 어머니는 소싯적에 키도 크고 시원시원한 미인이었다. 나는 이마가 좀 좁지만, 대신 머리숱이 풍성하고 엄마를 닮아 잘생긴 편인가, 내가 생각해도 여태껏 살면서 어디서 얼굴로 까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소개팅을 한번 해 보겠냐고. 일단 사진을 보내보라 했다.


-까똑.


괜찮네. 예쁘장하니, 이런 년들이 사실은 진짜 허X년들이지만, 뭐 한번 먹어보는 것도.


나는 휴대폰을 동생에게 건넸다. 동생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시발 그 이쁜 년! 내가 말한 그년이 이년임. 크크크 오 시발 ㅋㅋㅋ 오 나의 여신 크크크 오 형님, 내가 대신 나가면 안 될까?’


나는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숨이 약간 나왔다.


‘공부나 해 새끼야.’




이쁜이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카페 문 앞에 파랑새 그림이 그려져 있다. 카페 이름도 ‘블루버드 커피집(Blue Bird Coffee Shop)’이다. 키치하네. 그래도 여기가 요새 제법 핫플레이스다.


경기가 안 좋다더니 평일이라 그런지 카페에 딱 두 테이블이 있었다. 각 테이블에 젊은 남자가 한 명씩 앉아 있다.


둘 다 혼자 앉아 있는데, 어느 쪽이 소개팅남일까?


한쪽은 어디 헌옷수거함에서 주워 입었는지 거지 같은 저지 하나 걸치고, 다리를 턱 꼬고 앉아 있다. 시커먼 스냅백을 푹 눌러쓰고 휴대폰이나 주물럭거리며 슬리퍼 신은 발을 까닥거린다. 머리도 안 감은 것 같다. 하지만 키가 크고 딱 봐도 제법 와꾸가 괜찮아 보였다. 감출 수 없는 미모란 저런 것이긴 해.


이쁜이는 생각했다. ‘뻔하다. 저런 가진 건 낯짝뿐일 양아치 새끼.’


그에 비해 다른 한쪽은 딱 봐도 뚱뚱하니 키도 작고 별로다. 그런데 옷차림에 제법 신경 쓴 티가 난다. 듣자니 소개팅남 집이 강남 어디 빌딩 부자라던데, 저 남자이려나. 어휴 저러니까 사진을 안 줬지, 시발 저 새끼겠네.


이쁜이는 당당히 뚱뚱한 남자 앞에 가서 섰다. 그는 나이프를 들고 마카롱을 잘라 입에 막 가져가려던 참이었다. 이쁜이는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오늘... 약속 있어서 나왔는데…. ○○씨죠?’


뚱뚱남의 눈동자가 커진다. 약간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자의 동공이 요동쳤다.

"아뇨... 전 그냥 커피 마시러…. “


... 정적, 피식. 누가 웃었어? 뒤에서?


이쁜이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하 시발. 옆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거지 같은 새끼가 웃으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이쁜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태연하게 테이블 넘어 그를 마주 보고 앉았다. 잠깐 싸늘한 공기가 카페 안을 맴돌았다. 어색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료 주문하시겠어요?’


알바생이 와 주문을 받는다. 아줌마 같은데 카페주인인가. 이쁜이는 생각했다. 저런 뚱녀가 어찌 이런 핫플레이스에 취직을 했을까. 아무튼 저렇게 생긴 애들은 이렇게 돈을 버는구나, 알바생 앞치마에 파란색 새가 한 마리 그려져 있다. 카페 문에도 그려져 있던 그림이다. 촌스러워, 잘 어울리네.


이쁜이와 남자는 각자 음료를 하나씩 시켰다.


남자가 이쁜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은 독서가 취미인데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하나 있다고. 강대국 간 세력 다툼에 관한 소설인데 –혹시 들어 봤는지, 이런 책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냐면서.


이쁜이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시발 그딴 거 알 게 뭐야. 생긴 거랑 다르게 고지식한 새끼인가.


남자가 말을 이었다. 소울대를 다니시니까, 그런 일에 관심이 좀 있으신 줄 알았다. 이쁜이는 생긋 웃었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미소로 위기를 모면할 참이었다. 자신은 사회과학대학생이지만 사실 정치보다는 순수문학을 더 좋아한다고.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질문을 이어갔다. 자신도 시를 좋아한다고 했다. 혹시 좋아하는 시가 있냐고 이쁜이의 취향을 물었다. 이쁜이는 솔직히 할 말이 없다. 시집? 수능 이후로 그딴 순수문학 영역은 쳐다도 안 봤다. 대충 둘러대려니 혀가 꼬였다. 시발새끼 처녀 감별 오진다 정말.


둘은 잠깐 시시한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누었다. 그러나 곧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바생이 그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 남자는 스냅백을 살짝 숙여 인사를 받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쁜이는 잠깐 혼자 앉아 있었다. 남자가 남기고 간 음료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는 음료수를 한 모금도 안 마신 것 같다. 생각해 보니까 내 인스타 계정도 안 물어봤다. 시종일관 무뚝뚝하고 매너도 없었...나?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쁜이는 자기 앞에 놓인 음료 컵을 잡았다. 컵에 물방울이 맺혀 또르르 흘러내렸다. 어여쁜 손가락이 그 물방울을 살짝 닦았다.


나, 약간 무시당했나?


이쁜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몇 번 두드렸다. 짜증을 넘어선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


진정하자, 진정해.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상관없다, 오늘만 날인가. 나는 적어도 앞으로 십 년 정도는 충분히 예쁠 예정이다. 그냥 온 김에 인스타에 사진이나 한 장 찍어 올려야겠다. 이쁜이는 휴대폰을 꺼내 든다.


찰칵 -


마음에 든다. 이 카페는 조명도 좋고 사진도 예쁘게 나오는걸, 앞으로 종종 와야겠어. 이쁜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를 나가려는데 알바생이 인사를 한다. 슬쩍 보았더니 아까 그 뚱뚱한 아줌마다. 어쩐지 이쁜이는 옛날 생각이 났다. 학창 시절 자신의 눈엣가시 같았던 그 뚱뚱하고 못생긴 문학소녀.


소울대를 다니는 자신도 취업이 안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 꼴에 전문대? 하긴 그년이라면 남자의 대답에 제법 그럴듯한 대답을 늘어놓을 수는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런 년들은 애초에 이런 소개팅 자체에 나갈 일도 없지.


본선 심사는 고사하고 예선전에 접수장 한 장 못 낸달까.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 취직이나 했으면 다행이다. 했어도 아마 저렇게 최저 임금이나 받고 무시나 당하며 살겠지. 가만 보니 저 뚱뚱한 아줌마, 그 시절 그 돼지 같은 년이랑 진짜로 생긴 게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긴, 못생긴 년들은 원래 생긴 게 다 비슷하다. 예쁜 애들이야 각자 자기 나름대로 예쁜 법이지만 못생긴 애들은 그냥 다 같이 못생겼다.


난 달라.


이쁜이는 옷매무새를 추스르며 카페 문을 밀고 나왔다. 나서는 길에 보니 카페 문에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여배우의 포스터가 붙여져 있다. 광고 한 편당 얼마씩 받는다더라? 쟤도 인스타 여신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지?


봐, 온 세상이 증명하고 있잖아. 내 미모도 저 여배우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다고, 나 정도면 얼마든지 저 무대에 비벼볼 수 있었어. 다만 나는 좀 더 우아하고 세련된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것뿐이다. 솔직히 난 특별하니까.


이쁜이는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스쳐 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역시 아까 그 새끼가 똥차다. 잘 봐. 내 보○의 예상 기댓값.


이쁜이의 엄마가 그랬다. 여자는 그까짓 공부 백날 해봐야 얼굴 예쁜 년을 이길 수 없다고. 물론 뒤에 기운 없는 한마디가 더 붙기는 했다.


얼굴이 아무리 예뻐도 팔자 좋은 년은 못 이긴다 -면서.


아버지가 사업을 말아먹고 이쁜이의 대학 등록금까지 홀랑 훔쳐 날랐을 때 엄마는 울었다. 며칠 울고 드러누워 밥도 먹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쁜이의 엄마는 또래 여자들보다 열 살쯤 늙어 보였다. 그때 엄마는 그런 말을 했었다. 이쁜이는 생각했다.


괜찮아. 난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난 예쁜 데다가 소울대야, 이 정도면 고시 트리플 수석합격에 플러스알파라고.


지나가는 시시한 것들의 시시한 관심 어린 눈빛이 느껴진다. 저렇게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커플들은 크게 두 부류다. 비슷하게 못생겼거나 아니면 아까 그 재수 없는 새끼처럼 허세 덩어리거나.


이쁜이는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혼자 걷는 걸음이지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미친년일까? 


아무튼 못생긴 것들은 늙기 전에 서로 빨리 합의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 정도면 얼마든지 리세일링 된다. 아직 늦지 않았어. 기회는 충분하다.


딩동 - 인스타 알림이 울린다. 역시 아까 찍어 올린 사진에 우수수 피드가 달렸다.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다. 사진이 너무 예쁘게 잘 나온다고.


어디긴 어디야, 내 미모가 열일했지. 쓰레기장에서 셀카를 찍어 올려도 나는 예쁠 것이다.


이쁜이는 친절하고 상냥하게 피드백을 달았다. 오늘은 아깝게 하루가 지나갔지만, 다음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어, 고객관리에 최선을 다해야지.


오늘따라 기분도 별로인데 집에 가서 노트 필사나 해야겠다,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한 50번 적으면 이루어지겠지? The Secret,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온 우주가 힘을 모아 나를 도울 것이다.


너나 나나 할 수 있다.

물론 너는 안돼. 그러나 나는 된다.


난 달라. 난 성공할 거야. 나는 할 수 있다.


난 예뻐. 난 예쁘니까. 난 예쁘다니까?


예쁘니까 청춘.


이쁜이는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아자아자 파이팅! 오늘도 예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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