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2주 동안 살아보기
DAY 6
오전 일찍부터 하라요가원 두 번째 수업, 요가링과 편백봉을 사용해서 몸의 정렬을 맞추고 림프절 순환을 도와 근육을 이완시키는 테라피요가를 했다. 사실 요가링은 많이 써봤지만 편백봉은 처음이었는데 첫 만남이 꽤나 자극적이었다. (자극이 아프다 못해 악소리가 절로 나온다.) 폼롤러와 비슷하게 사용하지만 좀 더 단단하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지 않고 사용 위치에 매우 유의해야 한다는 원장님의 설명이 있었다. 안 그러면 뼈가 다치거나 무리해서 아플 수 있으니.
원장님의 리딩에 따라 요가링 위로 자세를 고쳐 앉고 척추 정렬 바르게, 거북목 넣고 명상 타임. 근데 이거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나름 자세를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명상 중에 원장님이 살짝 밀어 넣어준 내 고개와 거북목이 진짜 이렇게나 많이 튀어나왔나 싶어 새삼 부끄러워졌다. 나같이 장시간 앉아서 컴퓨터를 쓰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거북목과 허리디스크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텐데, 퇴근 후 이 자세 꾸준히 하면 굉장히 도움 될 것 같았다.
그 후에는 바로 누워 편백봉을 머리에서부터 아래로 조금씩 옮겨가며 목과 어깨, 허리, 엉덩이까지 찬찬히 풀어주었는데, 말이 풀어주는 거지 고통?을 참아가며 끙끙거렸던 것 같다. 근육이 뭉친 곳은 롤링 때마다 우두둑거리고 덩어리 진 느낌이 들었다. 좌우 번갈아가면서 하는데 한쪽이 끝나면 나머지 한쪽의 고통이 다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테라피요가니까 정적인 이완만 생각하고 왔는데 또 한 번 진땀 빼고 온 거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수업이 끝나고 나니 몸이 시원하면서도 머리도 살짝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고통스러운 만큼 림프 순환이 정말 잘되었나 보다. 그래 아파도 이 정도면 뿌듯하다.
다시 돌아온 호텔에서 씻고 나갈 준비가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은 '와랑와랑'이라는 이름의 카페. 언젠가 본 여행 유튜브에서 강력 추천하던 찰떡 구이가 먹고 싶어 운전해서 달려간 이 카페는 위미리에 위치해있었다. 유명한 곳이다 보니 주말에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평일 오후 2시쯤 방문한 터라 가는 길도 여유로웠고, 손님 몇몇을 제외하고 자리가 넉넉해서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었다. 미니 테라스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문한 건 당연 시그니처 찰떡 구이와 내 최애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가 작은 시골집의 정원 같아서 이곳저곳 사진 찍으면서 기다리다, 쏘쿨하신 사장님(or 직원분)이 가져다준 찰떡 구이부터 한 입 먹었는데, 고소한 콩가루와 시럽인지 물엿인지 모를 달달함이 토핑처럼 올라가 있었고, 떡은 겉바속촉으로 구워져 단쫀단쫀 그 자체였다. 약간 퍽퍽할 때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내려주고 또 한 입, 또 한 입. 양이 적지 않아서 사실 혼자 다 먹기는 약간 배불렀고 가능하면 둘이서 먹는 것이 딱 좋을 것 같았다. 다음에는 나 같은 할매니얼 (할머니 입맛+밀레니얼) 한 명 꼭 데려와야지.
제대로 된 식사가 고팠던 탓에 '와랑와랑'에서 먹은 찰떡 구이는 디저트라 합리화하고, 브레이크 타임을 아슬아슬 피해서 갔었던 '취향의 섬'. 이곳도 유튜버가 추천한 맛집이어서 찾아갔는데, 사실 추천 영상의 김치볶음밥을 먹으러 갔다가 엉뚱한 고등어 파스타를 먹고 온 곳이다. 사실 너무 도전적인 메뉴인가 싶어 조금 고민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어디서 맛있는 고등어 파스타를 먹어보랴 싶어 들어가자마자 바로 주문했다.
식당이 예뻐서 이곳저곳 사진 찍으며 한 20여분쯤 기다리다 보니 정성스러운 음식이 나왔다. 잘 구워진 고등어 한 덩어리와 쫄깃해 보이는 파스타. 향도 전혀 비릿하지 않았다. 레몬즙을 골고루 뿌리고 고등어 조각 한 입 먹었는데 세상에... 너무 부드러웠다. 이렇게 부드럽고 기름진 고등어는 간만이었다. 그리고 바로 면 한 입 먹었는데 우려와 달리 생선 비린맛이 하나도 나지 않는 정말 맛있는 오일 파스타였다. 녹음이 푸릇푸릇한 곳에서 로컬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먹으니 건강해지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제주에 같다면 두 번 세 번 방문하고 싶은 곳. 고사리 파스타도 있던데 다음엔 이걸 도전해보겠어.
배를 두둑이 채우고 드라이브하며 돌아가는 길에 찍은 바닷가 모습들. 제주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항상 볼 수 있다 생각하니 너무 부러웠다.
열심히 달려준 차에 주유를 가득 채운 뒤, (원래 쇠소깍을 가려고 했으나) 갑작스레 빗방울이 떨어져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근데 비도 참 변덕스럽지. 호텔에 거의 도착하지 비는 그쳤고, 이대로 그냥 들어가긴 조금 아쉬워 호텔 근처 천지연 폭포를 보러 갔다. 예전에 수학여행으로 왔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는데, 그때 보던 폭포를 지금에 와서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어릴 땐 친구들과 사진 찍고 노는 게 재밌었다면, 지금은 거대한 폭포 소리와 자연경관에 마음을 뺏겼다. 저 시원한 물에 발 한번 담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 보면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호텔에 빠르게 주차 한 뒤 이 날도 저녁거리를 사러 올래시장을 방문했다. 여행객들이 몰리기 전에 유명한 '우정회센타'와 '다정이네 김밥'으로 저녁메뉴 픽! 예전에 '우정회센타'에서 먹었던 뿔소라가 너무 맛있었어서 이번에도 뿔소라+해삼 조합으로 포장해왔다. (6시가 되기 전에 일찍 간다고 갔는데 역시나 사람들이 많았다. 먹는 손님도 포장 손님도 문전성시다.) 그리고 제주 김밥으로 유명한 '다정이네 김밥'집에 혹시 몰라 슬쩍 들려보니 웨이팅이 없는 거 같아 바로 매운 멸치 고추김밥 한 줄을 포장해왔다.
기분 좋게 원하던 포장한 음식 달랑달랑 들고 가면서 구경한 서귀포 시내 거리. 옛날 감성의 오래된 마트?도 보이고, 길 건너편 아기자기한 소품샵도 보였다. 이중섭 거리를 지나쳐서 언덕배기로 올라오는 길, 호텔로 가는 빠른 길은 아니었지만 처음 걸어가 보는 길을 한편 한편을 눈에 담는 게 즐거웠다.
오자마자 뜯은 맛있는 저녁거리. 신선한 해삼과 뿔소라는 오도독 씹어먹는 재미가 있었고 양이 많아 엄청 배불렀다. 김밥은 소문대로 맛집이었다. 계란이 포슬포슬 부드러웠고 매콤한 멸치랑 고추의 조합이 감칠맛을 내서 약간 매워도 계속 집게 되는 맛이었다. 이 날도 역시 메뉴에 맞춰 한라산 17도를 셀프짠했다. 맛있는 안주에 좋아하지도 않던 소주가 달달한 저녁이었다. (비록 반 병밖에 못 먹었지만ㅋㅋ)
6일 차는 서귀포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던지라, 마른빨래와 펼쳐둔 짐들을 다시 패킹하느라 몹시 피곤하긴 했지만 (알코올도 한잔 했겠다 여독도 누적됐겠다 정말 노곤한 상태) 그래도 다음날 오전 제주 동쪽으로 이동할 생각에 다시 설렌 밤이었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서귀포 밤하늘을 눈에 담으며 인사했다.
안녕 서귀포야 이번 여행도 즐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