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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Jan 12. 2018

눈 내리는 날 전남대학교 병원에서 느끼는 즐거움

우리 모두는 건강한 상태로 생활하기를 소망한다. 항상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아프기도 한다. 몸이 아플 때는 병원에 간다. 힘들여 병원을 찾아보지 않아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병원은 많다. 수요 없는 공급은 없듯이 그만큼 우리는 많이 아프고 병원엘 간다는 의미다. 내 몸에 이상은 없는지 미리 점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참을 만큼 참다가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병원을 간다. 치과를 떠 올려 보자. 치아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치과를 찾아가야 건강한 치아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살 수 있음을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 몸을 움직이지는 않는다. 치통의 아픔을 견딜 수 없을 때에서야 비로소 치과를 간다. 한마디로 병을 키워서 가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 흔하게 있으나 병원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 하더라도 병원은 우 일상에서 떼어낼 수가 없는 곳이다. 병원은 우 아픈 곳을 치료해주며 건강을 책임져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는 날 광주 동구 학동에 있는 전남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병든 몸을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찾는 병원이다. TV에선 길이 미끄러우니 가능하면 외출을 삼가라고 했으나, 예약된 날짜에 맞춰서 병원을 찾았다. 병원을 방문하는 다른 때 다르게 병원 앞이 수런거렸다. 내리는 눈 때문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병원 앞에 환자를 싣고 내리는 앰뷸런스가 멈춰 서 있고, 분주히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다른 날과 다르게 걸음을 멈추고 병원 앞에 서서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고,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닥에 누운 검은색 아스팔트도, 하늘을 내 달리던 검은 전선줄도 온통 하얗게 변했고, 파랗던 하늘마저 희끗희끗 날리는 눈발로 하얘진 날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 유리창 너머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 환자도 있었다. 연 3일째 내리는 눈이 그 양도 많아서 눈은 그 하얌으로 온 세상을 덮어주었다. 온 세상을 덮어주는 눈이 고마웠다. 아름다움보다 추한 것들이 더 많은 도시의 추함을 순 백색 자연으로 덮어, 심신이 지친 도시인들이 며칠이나마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겨울이 되어도 최근 들어서는 어쩌다 한 번 눈이 내릴 뿐 어린 시절처럼 많이 내리지는 않는다. 이것도 ‘기후변화 탓인가?’싶다. 사람들이 눈이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옷도 변변하게 챙겨 입지 않은 채 눈밭에서 미끄 타고, 굴며, 천방지축으로 뛰어노느라, 정작  염려하시는 엄마 말씀을 귓등으로 듣던 어린 시 모습을 회상하며 절로 웃음 짓는 그런 거……. 눈이 내리고 쌓인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어린시설을 촬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서둘러 나왔다. 코 속으로 파고들던 소독약 냄새를 차가운 겨울바람이 대신했다. 순간 춥다는 생각보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료 받기 무섭게 병원을 서둘러 떠나던 다른 날과는 다르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하얀 눈은 그런 거다. 솜처럼 포근한 모습으로 우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바싹 마른 체 검게 변해 버린 나뭇가지를 감싸 안으며 하얗게 꽃을 피운 눈을 보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 살면서도 종종 자연을 잊는다. 오늘은 내리는 눈 덕분에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다시 깨우친다. 오늘 나도 하늘을 나는 한 송이 눈처럼 바람을 타고 하늘로 둥실 떠 올라본다.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름 없이 항상 정진(精進)하라.’라 말씀하셨던 싯다르타 부처님께서도 오늘 하루쯤은 눈을 핑계로 웃고 즐기는 내 마음을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로 아시겠지?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도, 아픈 것도 생로병사'(生老病死) 속의 일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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