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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Feb 29. 2016

카레, 카레라이스와 아내

문뜩 코끝에서 카레 냄새가 맴돌았다.

사무실에서 갑자기 카레 냄새가 날리도 없고…?

그러고 보니 카레라이스를 먹은 지  오래되었군.


카레라이스와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때였다. 진갈색 짜장과는 달리 색이 노랗고, 면이 아닌 밥에 얹어 먹는 것이 달랐다. 향기도 특이했거니와 맛도 특이했던 카레라이스.

비록 작은 조각이지만 명절이나 되어야  맛볼 수 있었던 고기도 섞여 있던 카레라이스를 처음 먹을 때는 맛도 음미할 틈도 없이 게 눈 감추듯 흡입하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몇 차례 더 카레라이스를 먹고 나서야 카레라이스란 이름도, 인도음식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생으로 어린 나이 때에는 맛보다는 배부르게 먹는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질 때라서 음식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허겁지겁 먹기에 바빴으니 한참 후에야 이름을 알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노란색이 특징인 카레는 강황 때문으로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고, 암과 염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최근의 일이다. 평소 간 건강에 신경을 쓰는 나인지라 카레가 간에 좋다는 말을 듣고 난 후로는 홀로 외식을 해야 할 경우에 카레라이스를 잘 하는 식당에 찾아가서 먹기도 할 만큼 더 즐겨 먹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모습은 어머니다. 직접 해 준 카레라이스를 입맛 다셔가며 맛있게 먹는 어린 자식들을 바라보셨을 흐뭇한 모습의 어머니…


카레라이스에서는 군에서 훈련을 받을 때의 추억도 함께 묻어 난다. 천방지축으로 자유롭던 대학생활 끝에 바로 이어진 장교가 되기 위한 다섯 달간의 훈련기간은 몸도 마음도 힘들게 했었다. 힘든 훈련기간에 한 줄기 빛이 되는 것은 식사시간이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든다'지만, 건들어도 물지 않는 개가 아닌 훈련생은 밥 먹을 때도 수시로 규율과 절도를 요구하며 간섭을 해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한 메뉴가 카레였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식당을 향해 번호 맞춰 걷는 길,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카레 특유의 향기는 '음, 오늘 메뉴는 카레라이스구나'라고 누구나  알아맞힐 수 있게 했다. 배고픈 훈련 후보생들은 식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입맛을 다셨고, 특히나 카레를 좋아하는 나는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로 이미 카레라이스 식사를 시작하며 더 힘차게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날은 길고 널따란 연병장이 더 크게 느껴졌던 기억까지도…


회사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퇴근 후 함께 카레라이스 먹으러 가자고...
하지만 아내는 저녁에 집에서 해 주겠다고 했다.

그 어느 유명 식당의 비싼 카레라이스 보다도 맛있는 아내표 카레라이스.

아내의 카레라이스가 가장 맛있는 것은 아내 곁에 서서  카레라이스에 넣을 감자를 함께 깎고 도운 내 노력도 있지만 아내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것이 남 모르는 비법은 아닐까? 조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식당의 음식이 더 맛있는 이유 또한 요리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함께 알고 먹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오늘 저녁엔 카레라이스를 먹을 수 있겠네!

나를 닮아 카레라이스를 좋아하는 아들이 함께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도 잠시, 카레라이스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미소 띤 아내의 모습도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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