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잘 다녀와

by 다경린

알람이 울리기 전에 끄고 일어나서 불을 켰다.

밥을 짓고 김밥에 들어갈 재료를 부지런히 준비했다. 잘 만들어주고 싶은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망친 건 내 입으로 들어가고 예쁜 것만 도시락통에 담았다. 동우가 야채를 잘 안 먹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브로콜리와 방울토마토를 넣었다.

“동우가 좋아해 주겠지?”

소풍 가는 동우보다 내가 더 설렌다. 꿈에서 느낀 설움은 어느샌가 사라진 듯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동우가 초조한 마음으로 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도시락과 과자를 담은 노란색 마트 봉지를 챙겼다. 김밥 꽁다리를 접시에 담아 거실로 내려갔다. 동우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는다.

“동우야, 이거 먹어. 누나한테 가방 주고.”

냉큼 가방을 벗어주고 김밥을 욱여넣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도시락과 과자를 넣고 물과 음료수를 챙겼다. 가방이 터질 것 같았다.

“너무 많이 담았나 봐. 조금 뺄까?”

동우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하나만 빼자. 무거워서 못 들고 갈 거 같아.”

“안 돼요. 내가 다 들 거예요.”

“먹을 수는 있어?”

“다 먹을 수 있어요.”

“그래도 배부르면 남겨. 괜히 체하지 말고, 알았지?”

동우는 열심히 끄덕였지만 정말로 다 먹어치우겠다는 표정이었다. 소풍 가는 것보다 먹을 생각에 신나 보였다. 현관에서 동우를 배웅하면서 5만 원을 꺼냈다.

“이건 누나가 주는 용돈이야. 모자라지는 않겠지만, 혹시 부족하면 사 먹으라고.”

“나 돈 많은데…….”

“그냥 누나 마음이니까 받아줘.”

동우의 작은 손에 돈을 쥐여주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겠지만 그냥 주고 싶었다. 과자와 음료수, 김밥만으로도 충분할 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소풍 잘 다녀와, 동우야.”

동우가 현관에서 배꼽 인사를 했다. 신나서 집을 뛰어나갔다.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골목길을 뛰어가는 소리를 한참 동안 듣고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마음인지.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돌아섰다. 그때 안방 문이 열리고 잔뜩 흐트러진 모습의 아줌마가 걸어 나왔다.






【전자책 미리보기 연재는 여기까지입니다】

2025년 7월 21일 전자책으로 출간된 도서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완결까지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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