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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Oct 20. 2024

#8. 순간이 영원이면 좋겠어.

SF멜로 연재소설 《다시, 만나러 갑니다.》

10년이 흘렀다. 재민은 매일같이 로또를 샀다. 아내가 생전에 1등으로 당첨되었던 그 80억 덕분에 불멸의 삶을 얻었지만, 재민은 여전히 수현을 그리워했다. 아내와의 시간을 되찾고 싶었다. 재민은 매일 로또를 사며 수현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꿈꾸었다. 매일 매일, 숫자를 고르고 종이를 손에 쥐고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날 2등에 당첨되었다. 4,500만 원. 그 돈이면 아내의 기억을 다시 업로딩 할 수 있었다.


재민은 주저하지 않았다. 곧바로 사이보그 제작소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불멸의 사이보그는 너무나 비쌌고, 그 돈으로는 수명이 3년뿐인 사이보그밖에 구할 수 없었다. 재민은 망설이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아내를 만나고 싶었다.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눈앞에 다시 나타난 수현.


수현은 완벽한 인간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눈동자, 혈액, 체온까지, 모든 것이 인간과 비슷했다. 재민은 그녀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수현은 처음부터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기억은 있었지만 감정은 메마른 듯했다. 재민은 알고 있었다. 다시 수현이 《인간의 감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을.


재민은 수현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함께 가보자. 우리가 사랑했던 장소들로.」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재민은 그녀를 데리고 처음 만났던 카페로 갔다. 그녀가 좋아했던 커피 향기가 가득한 그곳에서, 재민은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처음 만났었어. 네가 창밖을 보며 미소 지었고, 그때 내가 네게 말을 걸었지.」 수현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현의 눈동자 속빛이 반사되어 투명한 비눗방울처럼 빛나고 있었다.


함께 여행 갔던 강릉으로 향했다. 바다의 파도 소리와 소금기 섞인 공기가 수현의 감각을 자극했다. 재민은 수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함께 걸었어. 파도가 밀려오는 걸 보면서, 너는 내 손을 꼭 잡았었지.」 수현은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그의 손에 살짝 얹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듯한 표정이었다.


재민은 매일같이 수현과 함께 추억의 장소를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수현의 표정은 점점 부드러워졌고, 눈빛은 점점 인간처럼 따뜻해졌다. 비록 수명이 3년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재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날, 둘은 예전에 함께 갔던 음악 페스티벌을 찾아갔다. 재민은 그곳에서 말했다. 「기억해? 여기서 우리가 함께 춤췄던 날. 네가 좋아하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우리는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었지.」 수현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수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 기억나는 것 같아. 그때의 행복한 기분, 네 손을 잡고 있었을 때 느꼈던 따뜻함.」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재민은 수현을 꼭 안으며 말했다. 「그래, 그거야.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고, 우리의 사랑도 여기에 있어. 네가 돌아온 것 같아.」 그 순간 음악과 함께 서로의 존재를 느꼈고,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명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완벽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재민과 수현은 매일을 함께했다.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모든 순간은 영원처럼 깊었다. 수현은 재민과 함께할 때마다 더 많은 기억과 감정을 되찾아갔다. 재민은 수현의 손을 꼭 잡고 눈빛을 맞추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겼다. 함께하는 시간이 짧다는 걸 알았기에, 하루하루를 더 깊이, 진심으로 살았다.


어느 늦은 밤, 함께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앉아 있었다. 수현은 재민에게 말했다. 「별들이 정말 아름다워... 마치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재민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대답했다. 「맞아, 수현아. 우리도 이 별들처럼 여기에서 빛나는 거야. 비록 시간이 짧더라도, 이 순간은 영원할 거야.」


수현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미소 지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렇게 너와 함께여서 정말 행복해. 네가 나를 위해 다시 살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재민은 그녀의 손을 감싸며 속삭였다. 「너는 언제나 내 옆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네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어.」


사랑은 그렇게 다시금 깊어지고 있었다. 매일이 소중했고, 매 순간이 기적 같았다. 다시 찾은 사랑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다시 한번 서로를 오롯이 사랑했다. 시간은 한정적이었지만, 그 순간들은 영원 같았다.


《수명이 한정된 사랑일지라도, 그 깊이는 영원한 사랑에 버금간다.》 재민은 그렇게 믿었다. 둘의 매일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이 있었다. 수현과 함께 보낸 하루하루는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지만, 그 밑에는 강한 흐름이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로를 완전히 느끼며 살아갔다. 수현이 봄날의 햇살처럼 웃을 때마다 재민의 마음은 따스했다.


어느 날, 늦은 오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재민은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빛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수현아, 우리가 함께하는 매일이 다를 것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도, '이 순간'이 쌓여 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수현은 잠시 그의 말을 되새기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맞아, 재민아.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모여서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거야.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 것 같아.」


수현은 그 순간을 마치 처음 맞이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서로 마주 잡은 손에서 따뜻함이 전해졌다. 그 순간, 세상 모든 것들이 멈춘 듯 느껴졌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든, 《지금 이 순간이 전부였다.》 재민은 그 사실을 매일 실감하며, 하루하루를 온전히 느끼며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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