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시가 없으면 더 쓸쓸하겠죠?
시가 없으면 반드시 시가 태어나죠. 인간-사람 사이는 채워야 하기에.
시인이 없어도요?
시인이 없는 세상은 없어요.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그래도 걱정돼요.
(무대에 불 들어온다)
사람에게서 사이를 보았다면 당신은 시인이에요.
이미 시인 한 명이 탄생했는데 무얼 걱정하나요?
-사이가 더 커지지 않는 세상.
우리 모두 시인인 세상을 엿보며
시인은 이렇게 무사태평이다.
-김선우, '시인과의 대화' 중
어려운 말을 꺼냈다.
"선생님. 경쟁 위주의 수업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협업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매우 무례했다. 내 수업도 아닌데, 누군가의 체면을 이렇게 구기는 발언이 내 입에서 나오다니. 서글펐다. 곧장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 조금 불편해요."
내게 한 소리를 들은 그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고맙다. 자신의 감정을 내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구나. 다행이다.
사이. 우리에겐 사이가 있다. 그 선생님과 나에게도 연극처럼 사이가 존재했을 터. 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계속 연극을 하려던 배우였다. 오늘은 제지당했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아이들을 생각하다 보니 선생님께 무례하게 말한 것 같아요. 그러나 제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풀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문득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렸어요."
"선생님 말씀은 알겠어요. 저도 노력 중이에요."
노력 중이라는 그 말 한마디. 사이를 메우려면 얼마나 많은 부끄럼이 필요한 건지. 그래도 나는 부끄럼이 좋다. 부끄러워하며 솔직하게 사는 게 좋다. 시인의 마음처럼. 솔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