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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너의 말
13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by
달콤한복이
Dec 26. 2022
사과) 엄마는 왜 배가 튀어나왔어?
심쿵)
맞아. 우리는 배가 이렇게 날씬한데.
| 참나... 너네 낳느라고 이렇게 됐지. 엄마도 너네처럼
날씬했거든? 엄마도
예전에는 가벼워서 막 날아다녔는데..
사과) 엄마 날 수 있었다고? 진짜야? 어떻게?
심쿵) 엄마는 날개도 없잖아!
순간 또 장난기가 발동했다.
| 이건 비밀인데 얘기할까 말까? 다른 사람은 절대 알면 안 돼. 약속 지킬 수 있겠어?
반짝반짝 눈동자들이 애타게 내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 있잖아 사실... 엄마 요정이야. 지금은 아니지만 결혼하기 전까지 요정이었어.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지만 그냥 가볍게 던졌다. 심쿵이는 그렇다 쳐도 사과는
곧 8
살인데 설마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까 싶었다. 그래서 편하게 그냥 말했다. 그런데..
.
심쿵) 진짜야?
사과)
그럼 날개는 어디 있어?
| 날개는 없어졌어.
원래 요정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돼.
근데 엄마가
아빠랑 결혼하는 바람에 날개가
없어진 거야.
사람들한테 요정인걸 들키면 위험해지거든.
그래서 말인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아빠한테도. 어른들이 알면 절대로 안돼.
사과)
알겠어 엄마. 근데 아빠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
| 아빠가
알게 되면 엄마등에서 바로
날개가 자라날 거야. 날개가
돋아나는 순간 엄마는 다시 요정이 되는 거야. 그럼 요정나라로 돌아가야 해. 요정은 이곳에서 살 수가 없어.
사과)
혹시 그렇게 되면 우리도 데리고 갈 거지?
| 엄마도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사람은 요정나라에서 살 수가 없어.
사과) 그럼 절대 들키면
안 되겠네...
야, 이심쿵. 너 조심해!
떠오르는 대로 하는 말인데 아이들이 꽤 집중해서 들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흥미로워서 조금 더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앞다투어 질문을 쏟아냈다.
사과) 엄마도 팅커벨처럼 연두색옷이었어?
심쿵) 엄마, 날개는? 날개는 어떻게 생겼는데?
사과) 엄마도 마법 부릴 수 있는 거야?
심쿵) 요정은 뭐 먹고살아?
| 요정은 하루에 딱 한번, 새벽에 꽃잎 안에 맺힌 이슬을 먹고살아. 이슬을 마시면 온몸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하루종일 그 빛을 쓰고 나면 밤에는 빛이 약해져. 그럼 자고 일어나서 새벽에 다시 이슬을 마셔야 하고. 그래야 날아다닐 수 있어.
사과) 핸드폰 충전하는 거랑
비슷한 거구나?
| 그렇지. 근데 엄마는 이슬이 너무 맛이 없었어. 처음 여기 왔을 때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돌아가기 싫을 정도였다니까.
심쿵) 아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많이 먹는 거구나.
|
큭... 큭큭큭큭.
그리고
요정은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니야. 요정마다 할 일이 정해져 있을 뿐이야.
어떤 요정은 비를 내리게 하고 또 어떤 요정은 바람을 만들어. 엄마는 꽃을 피우는 요정이었어.
사과) 우와! 엄마 꽃 진짜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일 걸렸네?
| 응! 그리고 요정들도 사람처럼 옷이 많아서 매일매일 갈아입어. 팅커벨은 그림이라서 옷이 하나인 거야.
요정들의
날개는
우리 얼굴이
다
다른 것처럼
요정마다
조금씩
다르게 생겼는데 엄마껀 조금 크고 동그랗게 생겼어. 비눗방울처럼 투명한데 무지갯빛이 났어. 테두리는 연한 금색으로 반짝거렸고.
아! 진짜 예뻤는데... 너희한테도
보여주고 싶다...
사과) 사진 없지? 볼 수 있는
방법 없어?
사진은 없어. 나중에 날개가 자라나면 그때 보면 되지.
사과)......
날개가 다시 생기면 요정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했잖아. 안 봐도 괜찮아. 그냥 상상해 볼게.
심쿵) 힝..
.
난 보고 싶은데...
사과) 절대 안 돼. 엄마는 우리 엄마로 있어야 돼.
알겠지?
그날 밤 아빠가 안방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는 소곤거렸다.
사과) 엄마 그런데 친구들은 어른이 아니니까 얘기해도 되지? 친구들한테 엄마가 요정이라고 자랑하고 싶어.
| 안돼. 친구들이 집에 가서 엄마아빠한테 얘기할 수도 있잖아.
(친구부모님이 알면 절대 안 돼! 엄마 부끄러워ㅋㅋㅋ)
사과) 아 그러네...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싶었는데...
사과가 크게 아쉬워했다. 그때 심쿵이가 큰소리로 말했다.
심쿵) 언니! 엄마가 요정인 거는 비밀이라고 했잖아. 아빠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고!
아빠! 아무것도 못 들었지? 요정이야기는 아빠는 알면 안 돼. 그래서 난 안 말할 거야. 아빠도 듣지 마~
사과의 두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사과) 야! 그런 말하면 안 돼. 아빠 눈치채면 어쩌려고!
심쿵)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빠, 내가 요정이야기는 안 했지?
그러자 사과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아무래도 심쿵이 때문에 금방 들키고 말 거라고.
엄마가 다시 요정이 되어 떠날까 봐 걱정된다고.
| 걱정 마. 안 들키면 제일 좋지만 혹시 들키더라도 방법은 있어. 둘이서 손을 꼭 잡고 엄마를 데려가지 말라고 진심으로 기도하면 돼
.
엄마를 진짜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면 엄마는 영원히 사람이 될 수 있어.
사과) 진짜지?
그런데 만약 우리가 엄마옆에 없을 때 들키면?
그래서 날개가 자라난걸 우리가 모르면 어쩌지?
난 전화도 없는데 어떡해?
| 음.....
(
아... 거기까진 미처 생각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심쿵이도 약속 잘 지킬 거야.
그래도 안되면 엄마가 기도할게. 내 새끼들이랑 계속 같이 살고 싶다고.....
그리고 이제 요정이야기는 그만하자. 말을 많이 할수록 다른 사람이 들을 기회가 많아져.
(진짜 그만하자. 얘들아 엄마 좀 살려줘ㅋㅋㅋ)
가끔은 나의 장난기에 나도 감당이
안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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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냈던 나를 찾아갑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어느시점으로 돌아가 나를 데려와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쓰기부터 해봅니다. 쓰고 쓰다보면 어딘가에 닿아있으리라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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