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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복이 Mar 30. 2023

아이가 들고 간 연필 열세 자루


사과가 피아노학원에 다닌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 가보는 학원에서 새 친구도 사귀고 조금씩 적응을 해가는 중이다.


아이~ 자꾸 깜빡하네.
학원에 연필 가져가야 되는데.
연필?
응. 학원에 있는 연필이 내 손가락만큼 짧아서 글씨 쓰기가 힘들거든.


그런가 보다 했다.

며칠 뒤. 

연필을 열세 자루나 챙겨 와서는 들고 가기 쉽도록 고무줄로 묶어달라고 했다.


이게 다 뭐야?
학원에 가져갈 거.
이렇게나 많이? 필통에 연필 없어?
내 필통에는 있지. 네 자루 깎아놨어.
이건 학원에 들고 갈 거야.
그럼 필통에 있는 거 쓰면 되는 거 아냐?
아니면 누가 가지고 오라고 했어?
아니,  내 생각에 들고 가고 싶어서.
학원에 같이 쓰는 연필꽂이가 있는데 거기에 꽂아두려고. 거기 있는 연필이 다 짧아졌거든.
친구들이나 언니오빠들도 보통 거기 거 쓰는데 불편할 거 같아서 오늘 새 연필로 바꿔놓으려고...
가져가면 안 돼 엄마?
어차피 우리 집에 그동안 받은 연필이 엄청 많은데 나 혼자는 다 못쓸 거 같아.


아~ 그랬구나...

엄마가 쪼잔하게 어지간히 따져 물었네.

순간 부끄러웠다.

아이에게 고작 한다는 말이 누가 시켰냐고 물어나보고.

몇 자루인지 세어보기나 하고.

민망함에 말이 빨라졌다.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어?
사과가 엄마보다 훨씬 낫네!
학원에 연필 깎기는 있지? 사과 덕분에 친구들도 짧은 연필 안 써도 되고 잘됐다! 진짜 좋은 생각이다.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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