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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복이 Mar 15. 2023

줘도 못 먹는 편식쟁이


우리 사과 내일 생일이네?
뭐 맛있는 걸 해주지... 뭐가 먹고 싶어?
내 생일이니까 내가 먹고 싶은 거만 말해도 되지?
그럼~ 당연하지.
좀 많아. 일단 과일 얹어진 예쁜 생크림케이크랑 미역국, 그리고 당근무침.
당근무침? 그게 뭐야?
아이, 뭐긴 뭐야, 당근만 넣고 무친 거지.
그리고 무나물이랑 시금치나물이랑 음...
시래깃국도 먹고 싶긴 한데 미역국 있으니까 그건 됐고...
야, 아무리 그래도 생일인데 메뉴가 뭐 그래.
제사상도 아니고 무슨 삼색나물이야...
그리고 무나물은  그저께도 먹었잖아.
뭐 특별한 거, 평소에 안 먹는 음식 뭐 없어?
내가 먹고 싶은 거 말해도 된다고 했잖아.
이거야, 내가 먹고 싶은 거는.


옆에서 듣고 있던 심쿵이가 짜증을 냈다.


아 뭐야, 언니가 좋아하는 반찬만 해줄 거야?
나느으으은~!!
내 생일이잖아! 너도 너 생일 때 네가 좋아하는 거 먹었잖아~
그래도 나도 먹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엄마) 뭔데? 말해봐.
엄마 나느은~ 콩나물이 먹고 싶어.
뭐?...........
야! 넌 맨날 콩나물만 먹고 싶어? 너 생일 때도 먹었고 며칠 전에도 먹었고 할머니집 갔을 때도 먹었잖아!
언니는 그럼 왜 자꾸 무나물 먹어? 내 생일 때도 먹고 할머니집 갔을 때도 먹었으면서!!!


알긴 잘 아네......

맨날천날 그놈의 나물타령.

하도 나물만 먹으니 할머니는 이제 우리가 간다 하면 꼭 삼색나물부터 해놓으실 정도다.


햄을 볶아주면 당근이랑 양파만 다 골라먹고 햄만 남는 집이 또 있으려나.

고기반찬에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놔도 먹을 게 없다고 시무룩해하면서 나물만 7가지 나오는 보리밥집을 외식 1등 집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 앞에서 입을 꾹 다물고 눈썹으로 갈매기를 만들고, 그나마 게 잘라 상추쌈 싸서 주면 못 이기는 척 입 벌리는 아이는 또 어떻고.



사람들은 알까.

채소를 잘 먹으니 남들은 편식 안 해서 좋겠다 하지만 사실은 채소만 먹는 편식쟁이인 줄,

그래도 채소를 잘 먹으니 좋겠다고 하지만 고기를 갈아 주스로 먹일 수도 없고 답답한 엄마마음을,

고기반찬 맛있게 한 상 차려놓고 엄마아빠만 코 박고 정신없이 배 터지게 먹다가 무심코 풀만 먹는 아이들을 봤을 때 밀려오는 자괴감 그리고 여러 아이들 사이에서 유독 가느다란 팔다리가 우리 아이들의 그것인걸 깨달았을 때 드는 괜한 죄책감들을 말이다.


오죽하면 보는 사람마다 애들이 얼굴이고 손바닥이고 노랗다고 해서 병원에 가서 여쭤봤더니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그나마 황달이 아니라 천만다행이긴 했지만 이쯤 되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살도 좀 찌고 엄마보다 쑥쑥 크려면 고기도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나물반찬 먼저 해달라고 의미 없는 싸움만 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김밥 속재료로 넣으려고 썰고 남은 당근을 공평하게 나눠 와그작와그작 씹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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