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by 달이음

봉숭아 물들인 손톱 끝의 물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 알아?

나 그 말 진짜로 믿고

어렸을때 밤새 손가락 꽁꽁 묶어

봉숭아 물들였잖아.

비록 첫사랑은 안 이루어졌지만

새빨간 내 손가락 보면서

아 예쁘다. 풋- 웃음 지었었지.


그 때의 나는 참 순수했던 것 같아.

남몰래 그 애를 하루종일 찾아보고.

그 애의 이름을 일기장 구석에 조심스레 숨겨두고.

그 애와 눈이 마주치면 붉어졌던 얼굴.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참 이상하지.
그때의 나를 가장 선명하게 남겨두잖아.

그땐 참 쉽게 울고 웃고
하루 종일 마음 한 칸이 그 애로 가득했었어.

이제는 그 시절의 설렘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가끔 그 때의 그 날로 나를 인도하곤 해.
세상에서 가장 순수했던 나의 기억으로.


그래서일까.

손 끝에 봉숭아 물들인 어른인 나.

다시 순수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걸까.

풋내음 가득했던 그 날의 기억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나를 미소 짓게 해.


그래서 말인데

첫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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