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때 일이다.
집 쇼파에 누워 편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빛이라고는 전혀 없는 어둠컴컴한 낯선 곳에서 눈을 뜬 적이 있다.
그곳은 온통 새까맣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였다.
본능적으로 손으로 주변을 더듬거렸는데
덜그럭 덜그럭 물건이 만져지고 소리가 났지만
내가 눈을 뜬 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의 공포란 아홉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것이라,
나는 엄마를 연신 외쳐대며 펑펑 울었다.
얼마 후 나를 부르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환한 빛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엄마가 내 소리를 듣고 날 찾아주셨던 것이다.
엄마는 날 안고는 내가 진정이 될때까지 한참을 토닥여주셨다.
그때 내가 눈을 떴던 그 곳은
주방 옆에 딸려있는 작은 창고 안 이었는데 그곳은 빛 조차 들어오지 않는 집 안 쪽에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전구가 아래로 내려와있고
전구 밑에 딸려있는 막대기 같은 버튼을 안으로 넣었다 뺐다 해야
불을 키고 끌 수 있는 80년대 느낌 물씬나는 공간이었다.
아직도 내가 쇼파에서 자다가 왜 그곳에서 눈을 떴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나 몽유병이 있어서 나 스스로 잠결에 그곳으로 걸어갔었나?
아니면 누군가의(혹은 귀신의?) 장난이었을까?
추측이 난무하지만 어렸을때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만약 그때 집에 아무도 없었다면?
혹은 엄마가 내 소리를 못 듣고 날 빨리 찾지 못했다면
난 몇십분이고 어두운 그곳에 갇혀 평생 잊지못할 트라우마를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왜 그곳에서 눈을 떴는지는 모르지만
내 소리를 듣고 날 찾아준 엄마의 사랑이,
나를 꼬옥 안고 괜찮아 괜찮아. 토닥여주던 그 포근함이
기억 깊숙히 각인되어 더이상 어둠이 두렵지 않은 용감한 아이로 자라게 하였다.
나도 어렸을때의 나를 바로 찾아준 엄마처럼.
내 아이가 부르면 바로 달려가는 다정하고 친구같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화가 날때엔 화를 내기보단 아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공감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때쯤이면 옆에서 아이를 꼬옥 안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엄마가 널 지켜줄게.
어둠 속에서 너의 옆에서 너와 함께 있을게.
지치고 힘들때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무같은 엄마가 될게.
세상이 너에게 손가락질 하여도 나만은 오롯이 너의 편이 되어줄게.
언제나 그렇게
내가 널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