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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record Jan 21. 2022

유니 씨의 발렌타인 17년.

유니 씨의 감성


기꺼이 우리와 함께 삼총사가 되어 준 유니 씨는 너무도 괴짜다. 괴짜의 이미지가 그렇듯 남들이 보기엔 어딘가 모자라거나 못되어 보일지도 모르는 주제에 낯가림까지 심해서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고 무서워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소문 내기 좋아하는 이들은 가십거리 삼아  일 없이 떠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유니 씨만큼 정의감과 솔직함에 충실한 사람도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독립영화를 만들 만큼 예술에 대한 열정까지 갖고 있는 매력 넘치는 괴짜에 여기에서 나아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들고, 그 기타와 노래를 들고 겁 없이 거리에 나서기도 했고, 언젠가는 방학 때 제주도를 다녀왔다며 직접 물을 들인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기도 했다. 이런 애국자가 또 있을까.


도대체 타지에 가서 이럴 용기가 있는 사람이 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손가락만 쳐다보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지만, 이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평범함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었다.


아무튼 이런 유니 씨는 항상 잘 얻어먹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고양이 한 마리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2층 건물의 1층, 다다미 12조의 널찍한 방에 자리를 잡았다. 방 주인이 없어도 항상 누군가가 들락날락하던 그 방은 담배연기로 인해 벽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으며, 책상에는 스케치북, 책상 옆 한 켠에는 기타가 있었고 식탁으로 쓰여야 할 작은 접이식 테이블에는 지금도 종종 생각나 일부러 찾아 사 먹는 로열 밀크티 1L와 담배 한 갑을 사고 남은, 또는 담배 한 갑 정도를 살 수 있는 동전 몇 개와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담배꽁초로 만들어진 엄청난 선인장이 놓여 있었다. 이 선인장의 화분도 잊을 수가  없는데 지금도 일본에 가면 꼭 사 먹는 애정의 카페오레 곽이다.


이 모든 것이 유니 씨에게는 소중해 보였지만 특히나 가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면세점에서 사 오는 발렌타인 17년은 귀했다. 이때 우리 유학생 중 이렇게 술에 진심이었던 사람은 아마 가 유일했을 것이다. 아무튼 무슨 일이 일어나도 긁적이며 웃어넘길 것만 같았던 가 분노했던 일이 있었는데, 바로 후배인 서기 씨가 방 주인이 없을 때 유니 씨가 아끼고 아껴 마시던 발렌타인 17년을 깨끗이 비웠기 때문이다. 참고로 서기 씨는 언젠가 아프리카를 다녀왔다는 소식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아무튼, 다행히도. 우리가 착한 유니 씨의 발렌타인을 겁 없이 비운 일은 없었지만, 가끔 얻어마시던 그 술맛은 최고였다.


실제 모습과 그림이 다를 수 있습니다.

유니 씨는 지금도 술을 아주 좋아하며, 뜨거운 사랑과 이별을 겪고 또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중이다. 좋아하는 것들은 여전히 취미로 즐기고 있으며, 하는 일은 너무나도 바빠 우리와 술자리를 가진 지도 꽤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궁을 배우러 다니는데 참 유니 씨다운 취미라 생각했다.


지금은 긴 머리도 자르고, 사회에 물이 들어 좀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모습으로 평범한 행색을 흉내 내서 등장하기도 한다.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들만의 익숙함이 달라지는 것은 조금 서운하다. 하지만 그의 작은 접이식 테이블 위의 풍경은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익숙하고도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모습과 그림이 다를 수 있습니다.


유니 씨가 소중하게 아껴가며 친숙한 머그잔에 따라 마시던 발렌타인 17년은 흔히들 말하는 '구형'이다. 지금은 디자인이 바뀐 것을 볼 수 있으며, 구형의 경우 도수가 43%인 반면 최근의 것은 40%도이다. 발렌타인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위스키 중 하나가 아닐까. 무엇보다 우리네 많은 아버지들에겐 낭만 비슷한 게 있는 거 같다. 또 위스키 입문으로도 많이 추천되기도 하는데 대중적인 위스키라 불리는 것들이라 하기엔 꽤나 묵직함을 느낄 수 있으며,

발렌타인의 키 몰트에는 글렌버기, 글렌토커스, 스카파

등이 쓰인다고 한다.

 


발렌타인 위스키의 시작은 1827년으로 조지 발렌타인이 에든버러에 식료품점을 개업, 단골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직접 블렌딩 한 위스키의 맛이 입소문이 퍼지고 점점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뒤 1865년 그의 아들 조지 발렌타인 2세가 대형 식료품점을 차리면서 본격적으로 블렌디드 위스키 제조를 시작하였으며, George Ballantine & Son Ltd. 사를 창립하였다. 1895년에는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최고 명품에게 수여되는 '로열 워런트'칭호를 받게 되었으며, 이는 라벨에 있는 영국 황실 문양에 나타난다.


또 발렌타인은 숙성 창고에 도둑들로부터 술을 지키기 위해 청각에 예민한 거위 100마리를 두었는데 이 전통은 2012년 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달리레코드 dali.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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